몸과 몸짓의 논리 - 박성배 교수 불교철학 에세이
박성배 지음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박성배 교수의 에세이집이라 학문적인 논문만 실려 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필 같은 글들만 실려있는 것도 아니다. 골고루 섞여 있는데, 수필 조의 글이든, 논문 조의 글이든, 불교에 대한, 한국학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일관되고 있다.

박성배 교수는 경력이 다채롭다. 동국대 교수였다가, 승려였다가, 미국의 신학대학원생이었다가, 미국 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의 겁없어 보이는 때려침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글들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박성배 교수는 단지 '교수', '전문 지식인'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철학이든 무엇이든 지식이 단지 책에서 책으로, 논문에서 논문으로 옮겨다니기만 하는 것 같다.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도, 논문을 쓰거나 읽는 사람도 책과 논문을 떠난 일상은 별개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과연 지식이 책과 논문에 쓰여지고 읽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우리는 단지 많이 읽고 알기 위해서만 책과 논문을 읽는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알아서, 잘 살기 위해서, 바른 삶을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 철학을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 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안심이 되는 일이다. 역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책과 논문은 우리 인생인 것이다. 앎은 삶을 통해서 그 앎이 맞는 것인지 실험되고 검증될 수 있을 것이며 삶은 앎을 통해서 바른 길로 인도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여기 저기에 실었던 글들, 단상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인지 내용이 중복되는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편안하게 진솔한 목소리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오히여 외국에서 한국학을 하는 학자라서 그런지,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한국학에 대한 애정과 문제의식이 남다르다. 몸과 몸짓은 박교수가 평생을 붙잡고 씨름한 화두이자, 그의 철학을 열어주는 중심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단지 책에서 책이 아니라 그의 삶 속에서 언제나 붙잡고 씨름했던 개념이다. 학술적인 논문들만이 아니기에 그 분투와 성과를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박성배 교수의 체계적인 철학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주변적인 이야기들을 읽는 게 낭비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주변적인 이야기들을 휴식처럼 읽을 여유가 있는 학자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연구에는 이만큼의 진실성이 있었던가를 되돌아볼 마음이 있는 학자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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