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치바이스의 정문일침
나는 전각을 할 때 글씨를 쓰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 붓이 한 번
간곳은 개칠하지 않듯이 각을 할 때도 칼이 한 번 지나간 데에는 절대로
다시 칼을 대지 않았다. 내 刻法은 종과 횡으로 각각 한 칼씩 단 두 방향
으로만 새긴다. 다른 사람들처럼 종과 횡으로 왔다갔다하며 여러 방향으
로 새기지 않는 것이다. 어떤 전법이 고상한지 또 어떤 도법이 건전한 지
는 전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보면 곧 알 수 있다.
그리고 각을 할 때 글씨의 필세에 따라서 새겨나가지 먼저 돌에 글자를
써 놓고 새기지 않는다. 내 도법이 마치 글씨에서 느껴지는 필력처럼 힘
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 이다. 도장을 새길 때 이리저리 도려
가며 한참동안 새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누
구 누구의 풍격이니를 운운하는데 실제로 그들은 흉내만 냈을 뿐이고 신
운은 모두 말살해 버린 것이다. 모양만 같고 정신이 빠진 그런 전각은 문
외한들이나 속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들의 이런 각법은 후벼판다고나 할
수 있지 새긴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세간의 일은 통쾌한 맛이 중요하다. 도장을 새기는 것은 본래 재미를 얻
기 위함인데 왜 굳이 쩔쩔매며 잘 새기려고 애쓴단 말인가."
'쇠똥화로에서 향내가 나다' 학고재 2003. 5. 30
(옆지기의 홈피에 담겨있는 글이다. 나는 통쾌한 맛으로 느끼고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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