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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여성 콤플렉스
여성을 위한 모임 / 현암사 / 1992년 5월
평점 :
절판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훨씬 지나버린 나이인 나는 집에서는 맏딸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직장에서는 착한여자, 성, 외모,지적 콤플렉스를 겪으며 결혼을 앞두곤 역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능력있고 잘난 나만의 왕자를 기다리기도 한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며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직장을 가진 친구는 또 그들대로 각각의 슈퍼우먼 콤플렉스로 갈등하고 있는 걸 보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안일하게 쳐다볼수도,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려니 하며 모른척 또 하나의 갈등속으로 들어가기도 망설여진다.

1992년에 나온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해보면 여성들의 사고방식이 저자들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많이 해결되어진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부분이 아직도 그대로 여전히 여성들의 삶속에, 남성들의 삶속에 자리잡고 있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도 앞세대들이 그렇듯 같은 방식으로 사회화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번 느끼는 의문점이 있다.

도대체 이런 고민들이 해결될 날이 있을까? 어떤 획기적인 혁명같은 것이 있기 전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물론 여성이나 남성 한명 한명이 자신의 삶속에서 적극적으로 부대끼며, 싸워나가며 바꾸어나가다보면 세상 전부가 바뀔수도 있다고도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솔직히 난 회의적이다. 4년동안 남자친구를 사귀며 넌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 그런식이면 결혼해서도 행복하지 않을꺼야, 다른 여자들처럼 유순하게 참을성을 길러봐.. 이런식으로 매번 싸우다 헤어진 후 나자신도 놀란 변한 내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사람이 바랬던 것처럼 유순하게 화나도 내색하지 않고 잘 참는 그런식으로 변하게 된것이다.

세상속에서 이미 모두 의식하지 못할정도로 사회화되버린 사람들속에서, 자기 혼자 이런식은 아니라며 외치려면 수많은 갈등을 이겨낼 만한 용기가 우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용기를 가지려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남들처럼 그냥 사는 것이 어쩌면 편하다는 생각에 못 본척, 못 들은척 살게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여태까지 그랬듯이…그러면서도 나중에 내 자식은, 내 딸아이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욕심일까?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결코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없는 나는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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