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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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독서의 장점으로 간접경험을 꼽는다. 이 책이 바로 내가 흥미 있지만 직접 해보지는 않을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자연을 목적으로 한 여행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은 물론 직접 보지 않으면 덜 와닿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진과 자세한 저자의 이야기가 남극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추운 남극 바다에 빠지는 폴라플런지 경험과 섀클턴 탐험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 크루즈 내 상까지 탔다던 저자의 사진들도 좋았다. 리눅스의 팬이라 펭귄을 좋아했다던 저자는 특히 펭귄 사진을 잔뜩 찍어뒀다.


저자와 함께 남극에 매료돼 있을 때, 갑자기 상황은 급변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인과 약 30일 간 배 위에서 버텼다. 292명 승선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승선한 건 개별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지 말라고 했던 래리, 항공사들의 계속되는 비행 취소, 통역상 실수로 비행기 스케줄을 잘못 확인해 하선시켜주지 않은 우루과이 직원 등 각종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통장 잔고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사람들이나 직원들을 위하는 사람들, 저자가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돕는  대한민국 영사들과 대한항공, 그리고 서로 위로를 아끼지 않은 승선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떻게든 가야한다고 하면서도 카드 값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돈이 있어야 안 좋은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지진으로 간사이공항이 마비됐을 때 한국에 돌아오는 것도 비싼 신칸센 기차를 사야 빠르게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웠다. 물론 돈이 더 없었으면 여행 자체도 불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참 좋았던 책이다. 괜히 남극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내가 처한 어려움 때문에, 다른 이의 노력의 대가에 인색하지 말자고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 P206

물론 지구상의 크릴의 개체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변하는 지구 환경에 대비해야 하는 남극의 친구들과 먹을 것까지 놓고 경쟁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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