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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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면서도 감성적이고, 잔잔하면서도 강렬하다.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며 자신의 몸과 내면에 대해 적어 내려간 이 책은 감동과 위로를 주는 삶의 기록이다. 슬픔만이 가득하거나 희망만을 노래하지도 않는다. 참 적당하다. 본인은 “지망생을 지망한다”고 하지만 이미 충분, 아니, 차고 넘친다. 


저자는 과거 정말 건강했다. 하고 싶은 것이 ‘기물 파손’이던 아이는 점점 침대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된다. 누워서 보는 안경 ‘레이지 글래시스’가 저자에겐 아플 때 세상을 보고 느끼고 알 수 있게 해주는 의료도구가 된다. 형편 없는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논하는 것조차 즐거울 정도로 일상생활은 힘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괴롭다. 아픈 사람은 여행이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같은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기도 힘들다.


병명은 모른다. 병명을 찾는 것만으로도 지칠 정도다. 저자는 병명을 몰라 병명을 갈망하면서도, 그 병명에 속박되는 걸 두려워 한다. “의학적 병명이 없는 아픔은 때로 엄살이라 불렸다”는 말에 몸의 고통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 때문에 겪은 마음의 아픔까지 떠올랐다.


몸의 병은 마음의 병도 만들고, 병명을 모르니 의사들은 대증치료를 계속한다. 하지만 때로는 약이 사람을 무기력하거나 무감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누구라도 옆에서 숨 쉬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 속에서 힘들 때도 있지만 소소한 행복도 찾고, 또 자신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기물 파손을 꿈에 그리던 소녀의 갈망은 간 데 없고 그저 온 몸이 파손되고 있었다 - P16

상상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으나 오랫동안 몸에 달라붙은 상상력은 불안의 충실한 원동력이 되어갔다 - P123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보다 더 두려웠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 P177

정해진 팔자를 말해주는 것이 아주 편리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나를 가둘지라도 차라리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싶었다 - P193

어떻게 하면 각자의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지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길고도 지독한 나의 질병 경험이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다 - P197

어떤 압도적인 슬픔 앞에서, 어떤 압도적인 죄책감 앞에서 위로의 말은 부서진다. 눈물은 갈피를 찾지 못한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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