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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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족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나이아스 사이에서 태어난 키르케. 능력이 출중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아버지의 신전에만 있는다. 프로메테우스에게 넥타르를 주는 소심한 반항에서 인간 세계에서 만나 반하게 된 글라우코스를 신으로 바꾸고 연적 스킬라를 괴물로 변하게 하는 일까지 저지른다. 신들의 법칙에서도 벗어난 마녀 ‘파르마키스’로서 그녀는 신들에게 위협을 준다. 무인도 아이아이에로 쫓겨난 키르케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며 비술을 연마하고 짐승을 길들이며 지낸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과 신을 만나며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소소한 존재로서 존재 유무조차 관심 갖지 않는 삶을 살다가 첫 마녀로서 신들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쫓겨나고, 또 갑자기 신들이 제멋대로 찾아와 키르케의 삶을 헤집어놓는다. 인간들조차도. 평화롭고 편히 살고 싶어도 주변에서는 그녀를 계속 괴롭게 한다. 순수하고 순진한 님프에서 잔혹한 마녀로서의 면모까지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키르케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많은 이야기는 신들에게 휘둘리는 괴로움과 또 그 속의 즐거움과 행복, 또 고통까지 아주 강하게 와닿게 만든다. 그녀는 성장하며 점차 단단해진다.


궁금하긴 했으나 재미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어릴 때 읽는 신화는 재미있었으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비통하거나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키르케가 겪는 그 많은 일이 흥미롭다. 그녀의 성장이 기껍다. 키르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

나는 평생 혼자였다. 아이에테스, 글라우코스는 내 기나긴 고독의 쉼표에 불과했다 - P144

살아 생전에는 아무리 활기 넘쳤어도, 아무리 눈이 부셨어도, 아무리 경이로운 업적을 남겼어도 결국은 먼지와 연기 신세였다. 반면에 아무리 하찮고 쓸모 없더라도 신은 별빛이 꺼질 때까지 계속 환한 공기를 마실 것이다 - P207

나의 평화는 매순간이 거짓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건, 몇 년을 살건 그들은 마음대로 내려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나를 건드릴 수 있었다 - P296

인간에 삶에 반드시란 없다, 죽음 말고는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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