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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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단체, 인권증진위원회에서 일하는 조사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 단편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속의 공통점은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이다. 그 안에서 그들은 함께 일을 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조사관이 하는 일이란, '인권' 침해가 일어났다는 진정이 들어온 사건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성명을 내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안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하고, 이런 사건들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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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관이라고 해서 전부 '권선징악'만을 중요시하는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어서 더 흥미롭다. 정의를 생각하고 올곧으며 신념이 있지만 다소 융통성은 없는 한윤서 조사관, 다혈질에 감정적이지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이달숙 조사관, 사법고시 출신으로 인권 문제에서도 법률적인 부분을 짚어주며 재심을 통해 인권을 제고하는 변호사를 우러러보기도 하는 부지훈 조사관, 성차별적 발언도 하고 거들먹거리면서 본인만 잘난 줄 알지만 그래도 약자 편에 서서 도와주려 노력하는 배홍태 조사관. 솔직히 다 마음에 드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인물 설명에도 차이가 있고. 하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사건과 이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모두 흥미롭다.


사건도 하나같이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이다. 노조 성추행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길 가다가 갑자기 체포된 줄 알았던 범죄자가 다른 범죄에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기도 하며, 허위자백으로 고통 받다가 세상을 뜨기도 한다. 진정 인권침해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단체를 이용해서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도 있다. 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어려움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대체적으로 실현된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갈등은 있다. 인권을 위한 단체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실체적 진실은 사법부에서 찾아내도록 하고, 인권은 단체에서 해결하는 것처럼 딱딱 나눠질 수 있는 업무일까. 수사 권한은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는데 인권단체가 수사를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실을 찾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되어서 그들의 갈등이 인상 깊었다. 소위 인권 일을 한다고 하면, 확실히 거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단점은 그들 사이에는 노동법이고 뭐고 없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면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 '인권'을 중요시한다면 '법'과 '절차'도 제대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OCN에서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자칫 평범해보이는 조사관들이 억울한 이를 위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건 왠지 희망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인권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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