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자와 가지를 먹는 까닭은 녹말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녹말 분자의 화학결합 속에 감추어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결국 우리는 햇빛을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바틀비, 2018, 27p


아들에게 읽어준 <프레드릭>(레오 리오니,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3)이라는 책이 있다. 헛간과 곳간이 가까운 돌담에 사는 다섯 마리 들쥐들의 얘기이다. 그 중에 프레드릭은 겨울을 나기 위해 옥수수와 나무 열매와 밀과 짚을 모으는 대신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다. 한겨울이 되어 곡식도 떨어지고 추위에 떨 때 프레드릭이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로 다른 들쥐들을 환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우리는 먹거리를 통해 햇빛을 먹기도 하지만 상상과 책과 놀이와 노래와 그림과 여행으로도 햇빛을 모으고 먹을 수 있다. 이때 햇빛은 태양 에너지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내면을 비추는 빛일 것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의 저자인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해가 없으면 식물도 없고 그러면 우리도 없다. 아! 고마운 햇빛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도다!"라며 햇빛의 고마움과 소중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햇빛이 너무 세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뜨거운 여름에는 식물도 쉬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농부 또한 쉬어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쉬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유급휴가 일수가 너무 적다. (...)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성은 심심할 때 나온다."(28p) 

나는 이런 결론을 좋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