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을 읽다 나를 이루는 성분들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시 멈췄다. 가족 안에서 나는 누군가의 딸이며 누나, 언니, 아내, 조카, 손녀가 된다. 그러나 나는 아이와 조카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엄마, 이모, 고모, 숙모, 큰엄마, 작은엄마는 (아직) 아니다. 사회에서 나는 장소와 입장에 따라 손님, 학생, 선생, 시인, 환자, 방문객, 회원이 된다. 나는 얼마나 복잡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 성분을 정말 다 가지고 있는가?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 때 가장 나다운가? 


- 장석주 박연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난다, 2017(1판1쇄), 139p


정보 제공의 경우를 제외하고 문장 안에서 괄호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괄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문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연준 시인의 이 문장을 읽다가 "(아직)"을 대면하고서는 깜짝 놀랐다. 괄호 사용을 해야 하는 좋은 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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