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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막일기 - 북평사 박래겸이 남긴 254일간의 기록
박래겸 지음, 조남권.박동욱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평점 :
"북평사 박래겸이 남긴 254일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북막일기>를 읽는다. 조남권과 박동욱이 함께 옮겼다.
박동욱이 쓴 서문에는 <북막일기>의 특징과 내용이 잘 나와있다.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정리해본다.
북평사는 조선시대의 정6품 무관 벼슬이다. 외관직으로서, 영안도(함경도)와 평안도에 각 한 명씩 총 두 명을 파견했고, 병마절도사 밑에 있었다.
박래겸은 북평사 체험을 통해 이 책 <북막일기>를 남겼다. 1827년 7월 14일 북평사에 제수된 때부터 1828년 4월 2일 도성의 자택에 도착할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것으로, 총 254일 동안 다녔고 이동거리는 6070리였다. 그의 다른 기록과 마찬가지로 모든 내용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이동 경로, 소요 시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다.
이 일기에는 북평사 고유의 업무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여러 과거시험과 백일장에 주최, 출제, 채점 등 전방위적으로 참여한 행적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시험 문제까지 상세하게 제시해 두어 지방에서 치르는 과거의 전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대청(對清) 무역의 상황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공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함경도의 풍속과 풍토 또한 세밀히 그려내고 있다.
백두산에 대한 기록은 한 편의 유기(游記)로도 손색없을 만큼 흥미롭다.
그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만났던 모든 사람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다.(4~7쪽)
번역이 명징하다. 이해가 쉽다. 또한 고문의 맛을 잃지 않도록 신경쓴 흔적도 역력하다.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한문 문장의 묘미를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9월 18일의 "發關"을 "관문을 보내"로 해석하고 각주를 달아 설명한 것을 보면 역자의 번역 원칙을 알 수 있다.
내용과 연관성 있는 그림들을 다양하게 수록하여 재미와 가치를 더하였다. 각주도 풍부하여 이해를 잘 도왔다. 책 말미에 원문을 수록하여 번역본과 대조해가면서 볼 수 있게 하였다.
다만 본문 디자인에서 날짜 앞에 말을 타고 가는 사람 그림을 일일이 붙여놓은 것이 거슬린다. 어수선하여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치장이 군더더기가 되었다.
69쪽 14행에 "거기 사는 주민들이 전하는 말에" 하고서는 인용하기 위해 여는 큰따옴표는 있지만 닫아주는 큰따옴표는 누락되고 없다.
232쪽의 7행에서 " 내가 밤새도록 해석해아"는 " 내가 밤새도록 해석해서(余終夜解之)"가 되어야 한다. 오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인 아쉬움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북막일기>가 출간되어 박래겸의 일기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126일간의 평안도 암행어사 기록"인 <서수일기>(푸른역사), "1829년 심양에 문안사로 간 기록"인 <심사일기>(푸른역사)도 찾아 읽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