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선생의 『고려 한시 삼백수』(문학과지성사, 2014)를 구입하다. 

<책머리에> 쓴 문장 하나가 나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1972년에 김춘동 선생이 정년을 맞으시며 퇴임 기념 강연에서 한시의 자안(字眼)에 대하여 말씀했다. 


笛聲搖山去  피리 소리는 산을 흔들며 가고

漁火斂水來  고깃배의 불은 물을 걷으며 오네


선생은 위와 같은 자작의 시구를 칠판에 적어놓고, 이 두 줄이 시가 되는 이유가 흔들 요(搖) 자와 걷을 렴(斂) 자에 있다는 것을 자상하게 풀어주셨다. 그날 나는 시라는 것이 그냥 말이 아니라 한 자, 반 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날 이후 시를 읽을 때 시의 눈을 찾아보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되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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