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서재 - 길에서도 쉬지 않는 책읽기
이권우 지음 / 동녘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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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여행자의 서재>(동녘)을 읽는다. ‘여행’과 '책'에 대한 책이다. ‘여행기 서평집’쯤 되겠다. 

처음에는 내가 읽었던 책이나 관심 가지고 있던 책을 어떤 시선으로 읽었을까 궁금하여 군데군데 골라 펼쳐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속독에 관심을 갖는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을 것을 권하는 책도 수두룩하다. 1년에 365권의 책을 읽고, 심지어 1년 6개월 동안 33권의 책을 펴냈다고 한 저자의 책도 읽어보았다. 귀기울여 들을 만한 점이 있었다. 물론 따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나는 모든 책을 빨리 읽거나 많이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독(遲讀)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독의 묘미를 느낄 때가 간혹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이 그렇다. 얼른 먹어버리기 아까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재미란 속독으로는 맛보기 어렵다.

혹시라도 내가 속독이나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많은 책을 빨리 읽을 것을 권장한다면 그건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을 골라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권우의 <여행자의 서재>를 천천히 읽다가 시선이 종종 멈추곤 하였다. 얼른 도달하기 위해서 급히 쓴 문장이 아니었다. 도보여행자의 걸음처럼 한 발 한 발 단어를 디뎌가며 나아간 문장이었다. 짧았지만 호흡이 가쁘지 않았다. 군더더기를 제거한 문장에는 어떻게든 대상으로 선정한 책을 제대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천천히 문장을 씹어가며 따라가는 묘미를 다시 확인한다.


읽는 사람은 건너뛰며 읽을 수는 있어도 문장을 쓰는 이는 건너뛰며 쓸 수 없다. 한 자 한 자,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가야 한 권의 책이 된다. 저자의 저술 과정을 따라가듯이 읽는 것. 그러할 때 제대로 저자와 호흡하게 된다. 어쩌면 책을 읽는 궁극적 목적이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권우의 글을 읽다보면 책을 현장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함께 만난다. 그러니 당연히 생생한 전달과 중요한 맥점과 의미를 짚어주는 일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어떨 때는 생각거리도 던져주고, 또 어떨 때는 무의식 중에 '아, 그랬군' 하는 동감의 말이 튀어나오게도 한다. 과도한 의미 부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역시도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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