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김영권, 살림, 2013). 제목만 언뜻 보면 너무 명확해서 촌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만 번다는 것"은 수익 행위를 그친다는 의미이다. 부제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인생 실험"이라고 했으니 "그만 버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의 방향성이 더 뚜렷하게 들어온다. 내 짐작이 맞았다. 


저자는 신문사 기자로서, 데스크로서 부지런히 살아 왔다. 2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더 이상 직장을 갖지 않고 살아 가기로 했다. 쉰 살, 인생의 후반전을 새롭게 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살던 집을 팔고 재산을 모두 정리해 보니 5억원이 약간 넘는다. 그 돈으로 화천에 집을 짓고 오피스텔 두 채를 산다. 오피스텔 두 채에서 생기는 임대료 수입 120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이다. 그 돈만으로 살아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그는 인생 후반전에서는 더 많이 벌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한 성공과 돈은 없을 것이다. 시간과 여유는 늘어갈 것이며 스트레스와 부담과 긴장은 줄어들 것이다. 


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말이다. 생계를 위해 하던 일은 그만둔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 돈이 목적이 되지 않도록 한다. 조금 불편하게 산다. 도시를 벗어난다. 여유와 느림이 내 일상을 더 많이 차지하게 한다. 



책을 읽고 얻은 게 많았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꿈꾸었던 것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생각을 낳았다. "매월 돈은 얼마나 들어갈 것인가. 어디에 살 것인가. 무엇으로 생계를 꾸려 갈 것인가."와 같은 현실적인 사항들에서부터 "내가 처할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후회없는 삶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는가."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 


이 책이 적어도 '나'에게 의미있는 이유를 책에서 찾았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건 재밌다. 그것은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나의 거울이다."(179쪽)


"'더 하는 것'의 함정은 넓고 깊다. 아차 하면 빠진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완전히 푹 빠지면 그곳이 함정인지도 모른다. 내 삶은 "조금 더 조금 더" "나중에 나중에" "다음에 다음에"를 외치다가 종친다. 노는 것도 나중, 쉬는 것도 나중, 사랑도 나중, 여행도 나중, 잘 먹는 것도 나중, 나중, 나중, 나중, 나중..... (중략) 그러니 무엇이든 선을 긋지 못하고 자꾸 더하려 할 때 되물어볼 일이다. "더 해서 뭐하게?" 그것의 마지막 답은 언제나 "느긋하게 인생을 즐긴다"일 것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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