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인>(박홍규, 인물과사상사, 2014)은 '독서가 만든 인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독서만큼 한 인간의 사고와 신념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하여 '권력자'가 된 사람도 있는 반면, 권력에 맞섰던 사람도 있다.
독서의 긍정적 효과가 지나치게 부각된 탓인지, 그동안 독서를 통하여 '긍정적 인물'이 된 사례 소개는 많았다. 반면 역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독서를 다른 글은 적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독인>은 독서의 영향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일깨워 준다.

<독서독인>은 두 가지 면에서 나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첫째는 서두의 중요성이다. 글에 진입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게 하였다.
둘째는 지금까지 의심할 바 없다고 믿었던 사항을 새로 두드려 깨운다. 안일한 지식, 당연하게 받아들인 무비판적 수용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저자는 글쓰기 전술이 뛰어나다. 꼭지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구상하였다. 꽤나 먼 곳에서 출발하였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테마의 중심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닌가.
또한 어디에서 그 많은 자료와 지식과 얘기들을 가져왔을까 놀라게도 만든다. 그렇게 제시된 얘기들이 제 멋대로 따로 놀지 않고 주제를 향하여 일관성 있게 나아가도록 잘 통제해낸다. 글쓰기 능력이다. 종횡으로 지식들을 촘촘하게 짜나가는 것이다.
때로는 지식이 넘쳐 불필요하다 싶은 것도 열성을 다해 일러 주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알거리를 꺼내 놓는다. 생생한 정보로 그동안의 식상했던 유명인의 독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런 때문일까. 고흐는 아예 따로 떼어 한 권으로 펴냈다. "반 고흐가 읽고 감동한 저작들을 집중 조명한 책"인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박홍규, 해너머, 2014)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