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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ㅣ 문학동네 시인선 91
김개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평점 :
큰 아이를 수학과외를 붙이고,
그 시간을 차에서 기다린다.
부모의 다른 이름은 피곤이라지
성까지 붙이면 개피곤이라지
사랑의 다른 이름도 털림이라지
성까지 붙이면 개털림이라지
이제부터 그 시간은
강제독서 장려기간
오늘의 책은
절망의 달인 김개미시인
한국에서 착륙한 후
오랫동안 내 가방에서
월마트 영수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시집
깜깜함에 감감했던 시집
그러다,
발견했다
어둠속에 파고 있던 길을..
절망이 제대로니
길도 제대로임
이하는 모범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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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자장가
김개미
창문을 열어도 바람은 없단다
일주일이면 어떻고 한 달이면 어떻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단다
눈을 감으렴
꿈속에서 찧고 까불고 날아다니렴
그림자만 밟아도 아프지 않니
고통이 너를 삼켜
참을 수 없는 날이 오면
내 깃털을 뽑으렴
비통에 젖은 노래만이 심장의 피를 돌린단다
햇살 한줄기면 된단다
그것만 쥐고 있어도 눈이 떠진단다
돌을 씹던 날들을 잊어라
배란과 배설이 나를 놓아줄 때까지
사랑이란 젖니처럼 쓸모없단다
낮이 밤이 없는 여기선
죽는 날까지 열이 내리지 않는단다
칼날 같은 눈빛을 쉴 수 없단다
그러니 아가야
기타 소리를 들으렴
아직 따뜻한 내 심장을 쪼아먹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