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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현대의 사회인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항상 소통이 가능하고, 연결되어 있지만, 어쩌면 그 만큼 더 고독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 ‘알 수도 있는 사람’에 추천이 떠서 보게 된 그는 한 때 자기자신보다도 좋아했던 가오리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보던 중 인파들에 떠밀리다가 순간 그녀에게 친구신청을 해버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를 과거 그녀를 만났던 시점으로 불러 들인다.
그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우리가 앓았던 젊은 날이지 않았을까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이야기… 어른이 되지 못한 그때…. 어른이 되지 못한 지금…. 글쎄..? 어른이란 건 어떤 걸까…?
한 사람의 일상적인 에세이 한편을 읽은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인물과 누군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그림자, 그의 고독, 그의 사랑, 그의 일과, 흔들림과 인간관계들이 그저 낯설지 않아 에세이를 읽고, 공감하며, 위안을 얻듯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았다. 내가 주인공 같기도 하고…. 가오리 같기도 하고…. 주인공들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독과 다정함, 슬픔들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특별히 세세하게 인물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함에도 그들의 모습에 감정이 잘 전달되고, 위로와 공감을 받은 것은 고독하고, 쓸쓸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안온하게 내가 쉴 수 있는….
삶이란 뭔가 특별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와 그녀가 연결되는 그 시점도, 그와 그녀가 헤어지던 그때도…. (사실 조금은 궁금하다. 마지막의 그때의 가오리의 마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오리에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정말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오리에게 그는 어떤 존재였을까…?
많은 사람들과 ,SNS로 매일 이다시피 인사를 나누지만 정작 그들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상에 놓인 존재들로 보이기도 했다. 모두들 ‘나, 여기에 있어.’하며 캐릭터를 깜박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저마다 고독한 존재일 뿐이었다. 커뮤니케이션방식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고독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1등성부터 6등성까지, 빛의 강도와 크기는 각각 달라도 좀 더 빨리, 좀 더 깊이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사실은 다들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도 몰랐다.(p.230)
매우 공감 가는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관종’이라고 부르며 타인을 비하하곤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어쩌면 예전보다 이렇게 매일 같이 SNS에 연결되어 알고 싶어서, 혹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타인의 생활상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인간관계들... 그렇게 우린 더욱 고독하고, 더욱더 외로워져 누군가의 관심을 얻고, 나의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을까? 특별히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가 누군가의 관심 받고, 내 고독에서 벗어나고픈 ‘관종’들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의 기억도 소환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SNS를 만지작거려 보았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시작한 트위터에게 시작된 이 글이 왜 이토록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까지 출간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하게 인물이나, 소재와 문체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들이라 위안과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물들에 많은 공감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장들에도 무척 공감 가는 글들이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
곁에 있어주던 사람이 떠나면 다시는 그토록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안타까워하지만 이별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 떠나면 대체할 상대를 만나게 되어 있고, 세상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러간다. 변함없이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고, 또 밤이 찾아 온다.(p.77)
마음의 상처도 여러 종류이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치유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상처도 있다. 페이스북이 무신경하게 들이민 가오리의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가 다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오리는 내게 추억의 방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존재였다. (p.78)
“어디로 떠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야자와 겐지는 아마도 병든 누이와 은하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거야.” (p.113)
기쁨과 슬픔은 함께 나눌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면 비록 꿈을 이루거나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p.30)
남녀 사이에서 내게 볼록이면 상대는 오목인 단순조합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내가 세모면 상대는 별 모양인 경우가 더 흔하다. 어떤 커플이든 매사 마음이 척척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색한 상황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면 가오리와 난 지금도 이 자리에 함께 있을지 모른다.(p.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