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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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군요오늘 제가 소개할 신간은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열한 편을 수록한 책입니다왕립연구소부터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제가 처음 왕립학회를 알게 된 건 빌 브라이슨이 편집을 맡았던 <거인들의 생각과 힘>이란 책이었어요왕립학회가 창립된 지도 350년이 훌쩍 지났다고 하죠웃지 못할 헤프닝들도 많았지만 왕립학회에서 비롯된 지식들이 현재 과학사를 이루는 근간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그러한 왕립연구소의 연례행사로 굳어진, 200년간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중에서도 최고의 강연 11편만을 엄선하여 엮은 책이에요한 가지 과학 주제를 선정하고그 분야 최고의 석학이 강의를 하게 되는데요연말에 BBC에서 특집으로 방송으로 다루는 걸출한 행사랄까요.

 

 

11편에 수록된 저자로는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 <털 없는 원숭이>로 역시 유명한 데즈먼드 모리스도 포함돼 있습니다강의를 그대로 옮겨 온 책은 아니고요엮은 이가 11편의 강의를 관찰자 시점에서 서간체로 풀어내고 있어요그러다보니 가독성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강의를 옮겨 온 것이다보니 시종 강렬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거의 매 페이지마다 사진자료들을 넉넉하게 포함하고 있다보니 페이지가 후루룩 넘어가는 맛도 있어요생물학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사실상 테마는 동물학이나 생태학에 가깝습니다특히마지막에 수록된 수 하틀러의 '3억 년 동안의 전쟁'에서는 동물과 식물 사이의 전쟁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데요이처럼생태계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는 문장들은 그 자체로도작금의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함의가 클 것입니다

 

 

 

생태터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우회망을 만들어놓고는그마저 1년이라는 짧은 통계수치를 들이밀며"개체수가 유지되고 있지 않느냐"는 소위 전문가들의 양심을 개탄합니다우리가 잊은 지도 모르고 잊은... 도도의 노래를 다시금 떠올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그 지점에서 많은 생태학자들의 노력들이 반짝이고 있지만아직까지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니까요오늘 소개드릴 책처럼대중일반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 기반을 잘 다져준다면후에 학자들이 생태계에 관한 목소리를 높이게 될 날이 올 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1825년 런던에서 시작된 이 강연들의 대상은 일반 대중과 젊은이들목적은 자연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기그 작은 출발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전 세계에서 과학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어요희망의 메시지이자경고의 목소리이기도 한 11편의 강의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실제로 데이비드 에튼버러는 강의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들려주었는데요이것은 범대중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여 고래 보호 운동으로 이어지게 됐고, 상업적인 고래 사냥을 중단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수많은 고래 개체군들을 강의 하나가 살려낸 것이죠강의라는 컨텐츠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생태계와 생물학 전반에 관해서 뜨거운 마음을 가지신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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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크기의 생물학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이상대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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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단점은 1992년 출간물이라는 것입니다서평인데 단점부터 얘기해서 어쩌자는 것인가거의 유일한 단점이기 때문입니다그마저도 굳이 짚어낸 것인데요사실 30년 전의 저술임에도 '크기의 생물학'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탁월합니다코끼리가 30년을 바뀌어봐야 뭐 얼마나 바뀌겠습니까더불어, 2018년부로 교정작업을 거친 후 다시 출간되었으므로 마음으로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2.

 

우선 책이 좀 얇아요제가 블로그에서 소개 드리는 책 중에서 아마 가장 얇은 자연과학 서적인 것 같은데요생물학 책은 어떤 면에선 필연적으로 책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거든요그런데 이 책은 책도 얇은 와중에 도표나 그래프도 상당히 많이 들어 있어요굳이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더라도 한 호흡으로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에요총 14장으로 분산되어 있는데다가 내용도 흥미진진합니다이를 테면 책은 코끼리에게는 코끼리의 시간이쥐에게는 쥐의 시간이 있다고 설명해요어딘가 문학적으로 보이는 이 문장은 사실 상당히 깊은 문장인데요그러니까 우리가 객관화 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만물에게 똑..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시간이 사실 개체마다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요그리고 초장부터 충격적인 (아마 많은 자연과학 초심자들에게는 특히...) 결론을 내놓는데요모든 동물은 결국 심장이 20억번 뛰면 죽는다는 것입니다하지만 심장이 한번 박동하는 시간이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시간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하지만 심장의 관점에서는 모든 종은 같은 시간을 허락받은 것이라는 게 골자입니다.

 

 

책은 어디까지나 정량적인 지표와 적확한 그래프로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굳이 설득력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쉽게 납득이 가는 이야기들그리고 알아두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내용들을 짧은 호흡으로 선물하는 책이에요생물학이나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어요내용도 좋은데 이처럼 말끔한 문장을 갖춘 책은 정말 드무니까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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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인간의 성과 진화에 숨겨진 비밀, 개정판
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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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인간의 본성에 관한 저술 중 리처드 도킨스와 늘 함께 거론되는 바로 그 책입니다저자는 도킨스와 마찬가지로 동물학으로 학위를 따냈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이력이 돋보입니다소설가는 본인이 모르는 영역에 관해서도 얼마간 글을 써낼 수 있지만 저널리스트는 본인이 알아야 글을 쓴다고 하잖아요그런 면에서 저자가 저널리스트라는 점에서 함의가 깊습니다우선 글 자체가 명확한 건 물론이고 굉장히 잘 읽혀요책의 두께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독성이 높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보다 어떤 면에선 더욱 그래요.

 

 

 

 

 

2.

 

그러니까 붉은 여왕이 무엇인지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에서 그 출처를 찾을 수 있습니다동화 속 붉은 여왕은 본인이 달리면 주변 풍경도 함께 달리게 돼요그러니까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설정입니다이 아이디어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만큼 그걸 둘러싼 세상도 변한다는 은유가 되어요동시에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식이지요.

 

<붉은 여왕>을 견인해가는 핵심 아이디어는 <이기적 유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바로 '성 선택'이에요뭐 정확히는 조금 궤가 다르긴 한데요인간의 진화는 비단 생존 뿐만이 아니라 성공적인 '번식'을 지향점으로 삼았다는 겁니다사실 이렇게 설명하면 많은 것들이 명쾌해져요이를 테면미술이나 음악같은 것은 생존과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하지만 배우자를 구하는 데는 도움이 됐을 지도 몰라요생존을 지향으로 삼으면 금세 고개를 갸웃거리게 돼던 부분이 '성 선택'이론을 뒤집어 쓰면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는 듯도 하거든요. <붉은 여왕>은 정확히 그 지점을 짚어냈다는 점에서 클래식이 되었죠심지어 인간의 지성 자체도 성선택의 산물이라는 가설을 끌어내게 되는데 ''이라는 키워드로 그동안 잠겨있던 많은 문을 열어 젖히는 모양새가 굉장합니다.

 

 

 

 

3.

 

66쪽의 소제목은 이렇습니다인간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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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진화에 대해 잘 모르는 많은 문외한들은 그 오류를 사실인 양 믿고 말한다.사람들은 진화란 종의 생존에 대한 문제라고 착각한다서로 경쟁하는 것은 종들이며다윈의 '생존경쟁'은 공룡과 포유류 사이토끼와 여우 사이혹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나라 이름이나 축구 팀에 비유하자면 독일과 프랑스홈 팀과 라이벌팀 사이와 같은 것이다찰스 다윈 역시 때때로 이런 식의 사고에 빠지곤 하였다......중략.....그러나 이야기의 이면에는 검증되지 않은 이분법이 묻혀 있다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 사는 영양은 치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일단 치타가 공격해올 때에는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도망치려고 애쓴다아프리카 영양에게 중요한 것은 치타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다....-p66

신선한 생각이죠그러니까 오히려 30년 전의 저술임에도 오히려 현대의 사회문화적 현상들과 어우러지는 구석이 있달까요작금의 통용되는 사고관이 '자신을 착취하는 것은 자신이다'라는 것이잖아요나는 더 나아질 수 있으므로더 노력해야 한다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계속 착취하게 되는데 1993년도 생물학에서 이런 사유가 나왔다는 점이 역시 놀라울 따름입니다분명히 <붉은 여왕>이 제시하는 어떤 필터는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닙니다. '성 선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산재해 있어요하지만 그 불완정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에 관한 가장 탁월한 저술 중 하나임은 부인하기 힘듭니다강력하게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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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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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11월, 온/오프라인 서점가를 휩쓴 <편의점 인간>을 기억하실 겁니다. 책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도 아쿠타가와 상을 비롯해 일본 3대 문학상을 휩쓸었던 작가의 흔적을 곳곳에서 목도하셨을 테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신작. <멀리 갈 수 있는 배>입니다. <편의점 인간>이 편의점에서 일해온 저자의 어떤 시원이라고 한다면, 오늘 소개드릴 책은 본격적으로 그의 세계관으로 도입할 수 있는 책이랄까요.




2.

주제는 섹슈얼리티. 정확히는 성에 관한 고착화된 시선의 윤리랄까요. 주인공은 셋. 남장을 하는 리호, 여성성에 집착하는 츠바키, 물체  감각으로 살아가는 치카코입니다. 이 세명이 올라탄 배, '섹슈얼리티'라는 이름의 바다를 표류하는 세 여자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주제면에서 확실히 한 발 빠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섹슈얼리티나 젠더 관련한 화두는 이제서야 국내에서 강력하게 얘기되고 있는 것들이니요.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이 그 불편함일 테지요. 정확히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펼쳐보이는 것이죠. 섹슈얼리티를 원료 삼아 요리를 보여주는 것 같달까...





3.


오늘은 독서실 책상에 일본 사람의 특징을 다룬 책과 다양한 상식, 예절에 대해 엄격하게 편집된 책을 늘어놓았다. 그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늦게까지 있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습실에 다니기 때문에 특별히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늘 이런 잡학 관련 책들을 읽게 된다. 별에 대한 감각이 강한 치카코는 이렇게 다양한 상식이나 규칙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애초에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규칙의 나열은 언제 보아도 흥미롭고 사랑스러웠다. 남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내용의 책도 좋았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규칙을 만든다. 여기부터 앞쪽은 지하실이니까 아버지만 들어가야 해, 아침 식사는 모두 식탁에 앉아서 먹어야 해, 이렇게 단순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소꿉놀이는 즐겁다. 치카코에게는 이런 책이 그런 놀이의 규칙을 나열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소꿉놀이 안에서 어느 틈엔가 생겨난 규칙, 그것을 지키기 때문에 환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 혹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의 위험함,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듭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경계선을 뭉툭하게 해체하는데, 저자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지요. 자연스러운 것들은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규범이 되었는지요. 이를 테면, 두발단속이랄지, 교련이랄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던 많은 제도들이 그렇습니다. 한때는 노예제도 역시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죠. 


오늘 소개하는 소설도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끼지만 이것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정확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 재료를 자연스럽게 튀기고, 볶고, 지지는 <멀리 갈 수 있는 배>. 많은 분들께 교과서 대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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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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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앤지 토머스의 <당신이 남긴 증오>입니다. 표지 일러스트부터 강렬합니다. 헤어밴드와 눈빛은 차치하고서라도, 피부색과 푯말이 주는 함의가 이미 클 텐데요. 원제인 "The Hate U Give"의 앞머리를 따 보면 THUG이 됩니다. 러프하게 번역하자면 폭력배...정도가 되겠지만 아시다시피 굉장히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낱말이랄까요. 얼마간 책의 방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2.

  간략하게 책 소개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16살의 주인공이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작됩니다. 가해자는 경찰. 사건은 다음 날부터 언론에 선정적으로 보도가 되기 시작하는데요. 줄거리부터 긴박합니다. 

  그러니까 이걸 두고서 혹자는 포커 게임에서 동력을 얻어와 '게임'이라고 했던 건가요. 젠더, 세대, 성별, 피부색까지....모종의 플레이어가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패러다임을 씌운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젠더 문제가 화두인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여성혐오'같은 방향으로 사건을 몰아가는 식이죠. 그렇게 되면 전혀 관련 없는 화두들이 덕지덕지 살이 붙게 되고, 정작 내부의 본질은 보기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인데요. 그로 인해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손쉽게 휘말리게 됩니다. 

  오늘 소개드릴 소설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묘사방식에 있어서 경찰은 모범적인 인물로, 피해자인 칼릴은 마약 거래상이라는 의혹으로 그려집니다. 무기같은 건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생략해 버려요. 수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가해자인 경찰은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주인공 스타. 공교롭게 현장에 있었던 스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소설의 윤리학이죠. 현실과 맞서 싸울 것인가, 안전한 침묵을 택할 것인가. 


  당장 한국에서도 혐오와 관련된 사건은 멀지 않습니다. 멀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어제만해도 폐지 줍는 할머니가 이유없이 죽어야 했지요. 선과 악이 뚜렷해 보이는 이러한 혐오 사건들은 쉬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 숨어있는 본질을 보기 위한 치밀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윤리학을 보여주는 것이 다름 아닌 소설의 역할일텐데요. 혐오와 인종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어려운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3.

열두 살 때 부모님은 내게 경찰이 날 불러 세웠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해 알려주었다. 아빠는 체포되거나 총을 맞는 데 어린 나이는 없다고 말했다. "스타,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손이 보이게 하고 절대로 갑자기 움직여서는 안 돼." 난 누군가가 칼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길 바랐다.




지나친 위악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생생한 인물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공감을 자아내는 소설입니다. 21세기 폭스에서 제작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께 그전에 원작으로써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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