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1.  

  앤지 토머스의 <당신이 남긴 증오>입니다. 표지 일러스트부터 강렬합니다. 헤어밴드와 눈빛은 차치하고서라도, 피부색과 푯말이 주는 함의가 이미 클 텐데요. 원제인 "The Hate U Give"의 앞머리를 따 보면 THUG이 됩니다. 러프하게 번역하자면 폭력배...정도가 되겠지만 아시다시피 굉장히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낱말이랄까요. 얼마간 책의 방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2.

  간략하게 책 소개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16살의 주인공이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작됩니다. 가해자는 경찰. 사건은 다음 날부터 언론에 선정적으로 보도가 되기 시작하는데요. 줄거리부터 긴박합니다. 

  그러니까 이걸 두고서 혹자는 포커 게임에서 동력을 얻어와 '게임'이라고 했던 건가요. 젠더, 세대, 성별, 피부색까지....모종의 플레이어가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패러다임을 씌운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젠더 문제가 화두인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여성혐오'같은 방향으로 사건을 몰아가는 식이죠. 그렇게 되면 전혀 관련 없는 화두들이 덕지덕지 살이 붙게 되고, 정작 내부의 본질은 보기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인데요. 그로 인해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손쉽게 휘말리게 됩니다. 

  오늘 소개드릴 소설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묘사방식에 있어서 경찰은 모범적인 인물로, 피해자인 칼릴은 마약 거래상이라는 의혹으로 그려집니다. 무기같은 건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생략해 버려요. 수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가해자인 경찰은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주인공 스타. 공교롭게 현장에 있었던 스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소설의 윤리학이죠. 현실과 맞서 싸울 것인가, 안전한 침묵을 택할 것인가. 


  당장 한국에서도 혐오와 관련된 사건은 멀지 않습니다. 멀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어제만해도 폐지 줍는 할머니가 이유없이 죽어야 했지요. 선과 악이 뚜렷해 보이는 이러한 혐오 사건들은 쉬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 숨어있는 본질을 보기 위한 치밀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윤리학을 보여주는 것이 다름 아닌 소설의 역할일텐데요. 혐오와 인종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어려운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3.

열두 살 때 부모님은 내게 경찰이 날 불러 세웠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해 알려주었다. 아빠는 체포되거나 총을 맞는 데 어린 나이는 없다고 말했다. "스타,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손이 보이게 하고 절대로 갑자기 움직여서는 안 돼." 난 누군가가 칼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길 바랐다.




지나친 위악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생생한 인물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공감을 자아내는 소설입니다. 21세기 폭스에서 제작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께 그전에 원작으로써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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