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 - 20년 현장 답사를 통해 밝혀낸 이순신의 승리 비결
이봉수 지음 / 시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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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누구나 한 권의 소설은 쓸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던가요.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인생이 몸으로 누적해 온 자취들이 있기 때문에 소설과 에세이 사이의 어떤 것을 쓸 수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드릴 <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은 특별한 점이 있어요. 저자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과 신념 하나만으로 20년의 현장답사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거든요. 20년이라는 세월은 이미 자체로 숭고한 것이므로


2.

  우선 따로 저자 소개가 필요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저자의 이력보다 프롤로그를 잠깐 훑어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이 책은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문에서부터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책은 물론이고 특히 그것이 전집이나 전기와 비슷한 것이라면, 그 책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한 구심력은 해당 인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일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가 20년을 직접 발로 뛰어가며 탐구하고 갈망해 온 모습이 서술된 프롤로그는 상당한 인상을 줍니다. 김훈이 '칼의 노래'의 서문은 비슷한 이유로 상당히 유명하지요. 한 박물관에서 칼을 보고 김훈이 느꼈던 그것과, 오늘 소개드릴 책의 저자가 적립해 온 시간의 소산은 확실히 그 어떤 추천사보다 호소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3.

  그러니까 일종의 전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기라기엔 특별한 지점들이 몇가지 있는데 김정호의 지도를 활용해 직접 당대의 상황들과 지리적인 상황들을 체험한다는 점이 첫번째, 이처럼 지리학과 역사를 통으로 들여다보는 시도가 두번째입니다. 이건 어지간한 집요함과 노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 외의 역사적인 서술들과 기록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충분히 가치가 뛰어난 저서입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사회상이랄지, 여러 신묘한 이야기들을 곳곳에 담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다방면에 추천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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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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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님의 신작입니다. 사실 유홍준 교수님이 언젠가는 김정희 평전을 쓸 것임을 알고 있었어요. 이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정희를 소재로 강의를 하셨던 걸 기억합니다. 전인권의 가창을 예로 드신 게 상당히 인상깊었는데요. 사실 어떻게보면 시끄러운 쇳소리에 불과한 전인권의 창법이 왜 명창이냐 하는 것인데, 전인권에게는 2천장의 LP판이 있었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추사에게도 수많은 모방의 시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추사체가 만들어졌다는 게 골자였어요. , 똑같은 쇳소리도 전인권이 내면 명창이 되는 것이고, 원칙을 붕괴한 개발쇠발의 글자도 추사가 쓰면 추사체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것이었지요. 당시 이 얘기를 듣고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는데, 이 이야기로 책은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추사 김정희> 역시 유홍준 교수님 특유의 필체가 유려하게 펼쳐집니다. 서간체로 기술된 게 아님에도 어딘가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이에요. 아주 적당한 길이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독성이 상당한 편입니다. 특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비해서는 소재 자체가 훨씬 노말하기 때문에 아주 잘 읽혀요. 그럼에도 형식적인 위엄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서 평전으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책은 600페이지 정도로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중간중간에 여러 사찰의 현판이랄지, 어떤 지형이랄지, 많은 사료들을 컬러사진으로 수록하고 있어서 질적인 면도 탁월합니다. 이미 관련 장르에서는 신뢰가 두툼한 저자였기 때문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추사에 관한 평전으로는 확실히 클래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인 <완당평전>에서의 어떤 결점들을 깔끔하게 상쇄시키는 구석이 있고 오히려 장르의 변주를 통해 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탁월한 전기문학으로 느껴져요.

 

 

 

 

 

3.

 

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이지만 사실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박사과정에서부터 전공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김정희라는 거대한 산과 거의 반평생을 겨뤄온 것이므로그 결과물인 <추사 김정희>는 이제 평전이나 전기 이상의 숭고함이 있달까요. 비단 김정희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훨씬 큰 차원으로 환원해내는 유홍준 교수님의 안목이 역시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어떤 결정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전기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장함과 결연함이 시종 독자들을 전율케 하기도 합니다. 본문에 수록됐다시피, 김정희는 흔히 서예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상당히 명망 있는 가문의 문예가로서 서예는 오히려 한 특기의 불과했다고 해요. 이처럼 추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그 당대의 기류를 개인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거시사를 읽어나가는 맛이 일품인 작품으로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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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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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가 창작활동을 하는 세상만큼 건강한 사회가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면에선 그 과정으로의 노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갈아탄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는 것 이상의 활동에 갈증을 내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확실히 큰 영감을 줄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기타무라 가오루의 <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입니다.


2.

  이미 제목에서 적나라하게 밝혀두고 있지만, 이 책은 기타무라 가오루가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활자화 된 책이에요. 얼마간은 상당히 실용적인 부분을 수록해두고 있기도 하고, 책 자체로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단 글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글을 읽어가는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할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에 앞서 그 구심력이 될 소재선정에서 출발해서, 글을 쓰는 일반론이자 방법론 (시점과 문체를 비롯하여)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고요.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칼럼이나 단편소설을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사실 읽기와 쓰기란 게 임의로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한없이 문지르다 보면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읽는 데서 쓰기도 하고, 쓰는 과정에서 읽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책의 초반부는 이처럼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일반론, 중반부는 읽고 전달한다는 것.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편집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강의를 바탕으로 재구성 된 책이기 때문에 서간체로 기술되어 있고, 이는 역시 높은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실용적인 부분과 문학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재밌어요. 글 자체를 아끼는 많은 분들께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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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 19세기 말 이후 한국 현대사와 시의 만남
이성혁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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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문화다북스에서 출간된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입니다.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그러니까 근현대사를 개괄하는 책이야 어느 도서관에나 빼곡히 꽂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란 건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이 되어야 바람직한 것일 테지요. 그런 의미에서 문학, 그 중에서도 시라는 테마를 차용해 역사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간 상당히 탁월한 부분들이 그 지점에서 나옵니다. 문학비평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역사서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애초에 장르를 마음껏 횡단하는 모습이 특히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2.

  책의 구성을 볼까요. 총 13인의 저자들이 연대기 순서로, 저마다 시대를 할당해서 맡아서 작품들을 전개하는 식입니다. 서문을 여는 김지윤 문학 평론가는 에드워드 카의 저술에서 이야기의 물꼬를 틀게 되는데 역시 쉽게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세계사 연표를 비롯해 (첨부사진 참조) 각 장을 열 때마다 관련 역사의 연표를 삽입해 두고 있어서 지식적인 개념들을 습득하기도 수월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책이 정식 출판본이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서문부터 띄워쓰기가 맞지 않는 점이나 관련 사료들, 사진자료들을 삽입해 둔 지면이 다소 조잡한 부분이 있긴 해요. 그런 부분이 편집적으로 잘 정돈되었으면 확실히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역시, 시라는 테마로 연대기를 잘 정리해 둔 책으로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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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 - 탈식민주의와 풍자정신
김태만 지음 / 호밀밭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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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밀밭 출판사에서 나온 <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입니다. 저자소개부터 할까요. 96년에 중국 베이징대학 동대학원 중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하고요. 현재는 한국해양대학교의 동아시아학과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저자의 삶에서 추출되는 공기가 저술들과 잘 어우러지는 부분으로 독자 입장에서는 책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2. 

  중국인들의 필독서로 루쉰의 <아Q정전>이라는 소설이 있겠습니다. 그 당대의 분위기를 읽어낼 독법으로 당시에 쓰여진 문학만한 게 없을 겁니다. 중국이라는 체제 속에서 살아남은 중국의 소설들은 물론이고, 하물며 루쉰은 이제 13억 중국인의 필독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그러한 중국에 관한 이해를 배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한국이라는 시스템으로 연료들을 가져오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3. 

  그러니까, 책의 서문은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합니다. 놀라운 부분이지요. 저자의 나이랄지, 인프라를 생각해볼 때 더욱 감사하게까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각설하고, 이러한 부패권력의 붕괴 전조를 미리 읽어낸 저자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저자는 그 전조를 루쉰연구는 물론이고 논어를 비롯한 고전의 작품들에서 읽어냈다는 것이고요. <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는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루쉰연구에 인생을 바쳐 온 저자의 최종적인 통찰이라 하겠습니다.


4.
책은 중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편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근대의 의미라던가, 많은 배경설명을 수 페이지에 걸쳐 얘기하고 있지만 만만하게 펼쳐 들 책은 아니므로…하지만 그만큼 높은 밀도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정독해내는 보람이 있는 책이랄까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은 루쉰의 연보를 부록으로 담고 있어서 연대기별로 관련사항을 정리하기에 좋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평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종종 놓치게되는 방향을 고쳐 잡아줄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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