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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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님의 신작입니다. 사실 유홍준 교수님이 언젠가는 김정희 평전을 쓸 것임을 알고 있었어요. 이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정희를 소재로 강의를 하셨던 걸 기억합니다. 전인권의 가창을 예로 드신 게 상당히 인상깊었는데요. 사실 어떻게보면 시끄러운 쇳소리에 불과한 전인권의 창법이 왜 명창이냐 하는 것인데, 전인권에게는 2천장의 LP판이 있었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추사에게도 수많은 모방의 시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추사체가 만들어졌다는 게 골자였어요. , 똑같은 쇳소리도 전인권이 내면 명창이 되는 것이고, 원칙을 붕괴한 개발쇠발의 글자도 추사가 쓰면 추사체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것이었지요. 당시 이 얘기를 듣고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는데, 이 이야기로 책은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추사 김정희> 역시 유홍준 교수님 특유의 필체가 유려하게 펼쳐집니다. 서간체로 기술된 게 아님에도 어딘가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이에요. 아주 적당한 길이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독성이 상당한 편입니다. 특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비해서는 소재 자체가 훨씬 노말하기 때문에 아주 잘 읽혀요. 그럼에도 형식적인 위엄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서 평전으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책은 600페이지 정도로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중간중간에 여러 사찰의 현판이랄지, 어떤 지형이랄지, 많은 사료들을 컬러사진으로 수록하고 있어서 질적인 면도 탁월합니다. 이미 관련 장르에서는 신뢰가 두툼한 저자였기 때문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추사에 관한 평전으로는 확실히 클래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인 <완당평전>에서의 어떤 결점들을 깔끔하게 상쇄시키는 구석이 있고 오히려 장르의 변주를 통해 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탁월한 전기문학으로 느껴져요.

 

 

 

 

 

3.

 

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이지만 사실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박사과정에서부터 전공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김정희라는 거대한 산과 거의 반평생을 겨뤄온 것이므로그 결과물인 <추사 김정희>는 이제 평전이나 전기 이상의 숭고함이 있달까요. 비단 김정희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훨씬 큰 차원으로 환원해내는 유홍준 교수님의 안목이 역시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어떤 결정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전기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장함과 결연함이 시종 독자들을 전율케 하기도 합니다. 본문에 수록됐다시피, 김정희는 흔히 서예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상당히 명망 있는 가문의 문예가로서 서예는 오히려 한 특기의 불과했다고 해요. 이처럼 추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그 당대의 기류를 개인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거시사를 읽어나가는 맛이 일품인 작품으로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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