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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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화폐전쟁>으로 잘 알려진 저자, 쑹훙빙의 신간 <관점>입니다. 먼저 저자소개부터 할까요. 국제금융학자로 방금 말씀 드린 화폐전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먼저 제창한 사람이 이 분입니다. 이제 매체에서도 종종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패러다임을 직조할 수 있는 저자라는 점에서 신간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양이에요. 오늘 소개드릴 <관점>의 경우, 일종의 유튜브 (정확히는 'youku'라는 중국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업로드되던 온라인 토크쇼를 지면에 옮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빠른 속도로 1억 회를 돌파했다니 이미 스케일부터 중국답다고 해야 할까요.




2.

  책의 목차를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양서라고 한다면 확실히 차례만 보고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 것으로....<관점>의 경우도 구획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 얘기하는데 첫번째가 시사, 둘째는 경제, 셋째는 역사입니다. 상당히 굵직굵직한 테마들이라 이것들을 한 물줄기로 잡아 끌어내려면 상당한 역량이 요구될 텐데요. 관련해서는 조금 뒤에 얘기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미 <화폐전쟁>이라는 걸출한 저서로 적립해 온 저자의 문장들이 얼마간 <관점>의 컨텐츠도 보장할 테지요. 

  다음으로, 각 챕터는 대략 10장 정도씩 해서 총 28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1장에서는 예맨에 대해서, 2장에서는 남중국해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사실 현대사의 경우, 그것을 들여다보는 시점 역시 현대라는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판단이 유보될 수밖에 없고 저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리스크가 큰 소재이기 때문에 기피소재 1호랄까요. 그런 면에서 1장부터 예맨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어떤 깜냥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분쟁에 관해서라면 시종 뉴스에서 떠드는 것들이지만, 얼마간 독자나 청자가 어느 정도의 기본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그런 것인가....하고 넘어가는 수준에 그칩니다. 사실 가장 많은 책들이 쏟아져야 할 부분이 이런 현대사와 시사 관련 저술일 텐데요. 저자의 경우, 괄목한만한 통찰로 (특히, 중국에서 쓰여졌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관점>이 가지는 특별한 위치가 있달까요.) 시사를 잘 다뤄내고 있습니다. 



3.

  대체 뭘 그렇게 잘 다뤄내고 있다는 것이냐...그렇다면 이제 책의 몇몇 부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스라엘의 보안 검색은 나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웨이보에 6월쯤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포스팅을 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메일이 왔다."



  하필 이 문장을 선별해 온 이유는 이 책이 얼마간 상당히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서술되었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경우, 이스라엘의 보안검색과 그 효율성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이처럼 개인사례를 들어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위의 메일의 경우, 저자에게 차라도 한 잔 하러 오시라는 유례없이 친절한 메일을 받은 저자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들이 삽화처럼 들어가게 되면 사실 어느 정도 난삽해질 위험도 있는데 이 책의 경우 우선 유튜브에 연재되던 시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상당히 깔끔하게 관련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시들이 상당히 풍성해요.

  하지만, 와중에도 깊이는 잃지 않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책은 1장부터 '시아파'와 '수니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귀에 익은 얘기들인데 대부분이 설명하지는 못하는 용어들이기도 하지요. (제가 여기서 단어들을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궁금하신 분들은 서칭보다는 1장을 권합니다. 1-2페이지 분량으로 쉽게 설명돼 있어요. )그러니까 저자는 국제정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얼마간 깊이를 확보해나가면서 논지를 전개합니다.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탁월한 부분이 있는 책이지요.

  챕터 3에 대한 얘기로 서평을 마칠까 합니다. 사실 이러한 얘기들이 책의 형태로 편집되면서 가장 역점을 가지는 부분이 3장이 아닐까 해요.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일종의 세계사를 중국의 저자가 서술해나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낯설고 묘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위치는 이미 현대사에서 돌출되어 있는 것이므로 자칫 오만하게 비친다거나 편향돼 보이기 쉽잖아요. 물론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 책의 경우 그런 부분들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얼마간, 완전한 역사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경제라는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얘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다른 역사서들과 차별화를 두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역사를 얘기하고 있음에도 시종 석유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경제 제재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세금, 탱크, 농경 문명, 납세 등에 관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미시사를 선사하기도 하지요.


  중국에서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어떤 관점, 혹은 당장 뉴스나 매체에서 쏟아지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줄 책, <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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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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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조금 촌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쇼코의 미소에 실린 단편들의 경우 담백하고, 은은한 구석이 있어서 그 속에 담긴 어떤 페미니즘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호소력이 있었던 것인데 이번 단편선은 상당히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느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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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 문화와 문명에서 탐험하는 수영의 재미와 발달
에릭 샬린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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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케이북의 신간,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입니다. 좋은 책은 서문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첫 문장부터 저를 잡은 책이기도 한데요. 이 책의 경우 모자란 저의 추천사보다는 아예 서문을 소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물가에서는 즐거움이 손짓을 한다. 수영장 얕은 부분으로 느릿하게 감각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수영과 우리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물에 감싸이는 것이다. 

물에 완전히 들어가면 새로운 의식 상태로 들어서게 된다. 평소 우리의 감각 상태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은 촉각과 후각, 미각에 밀려난다. 

네 가지 원소 중에서 물만이 우리를 기꺼이 환영하고.....






2.

  수영에 관해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우리가 물에 감싸인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곱씹어보면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죠. 감각의 전환에 관한 설명도 일품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시각에 의존하고 살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로 판단하고, 끽해야 청각을 통해, 그러니까 경적소리를 듣고 위험을 경계하는 식인데 물 속에서는 이 모든 게 역전됩니다. 시각과 청각은 의미를 잃고 이제 얼마간 촉각에 의존해 물을 더듬어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서문부터 이러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멋진 책입니다.




3.

  지은이는 에릭 샬린이라고 해요. 현역 수영코치이자 연구자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글이 너무 좋습니다. 얼마간 문학적이기도 하고 종종 상당히 날카로운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글쓰기는 학사모나 논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흥미와 애정에서 쏟아지는 것인가 봐요. 책은 수영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클래식보다도 유려한 문장을 펼치기도 하고, 역사적인 사료나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서술합니다. 글을 읽다보면 상기된 얼굴로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얘기를 쏟아내는 저자를 떠올리게 되어요. 수영이라는 소재가 포함된 역사라면 고대 인도를 비롯해 수많은 고서들, 그리스의 로도스섬 등등을 넘나들며 마음껏 풀어내고 있는데 수영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마저 달뜨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그러니까, 수영이라는 운동을 애정하는 분들을 비롯해서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문화와 문명 이야기에 갈증내는 독자분들께도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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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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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예문아카이브의 신간,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입니다. 과학 분야 책들은 늘 고루하다는 편견과 겨뤄야 할 운명일 테지만, 그러한 선입견을 멋지게 깨주는 책들도 종종 발견하게 돼요. 오늘 소개드릴 책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중력장에서의 포물선 운동같은 주제로 첫단추를 끼우는 책들은 어떤가요. 서문을 읽기도 전에 머리가 띵해올 겁니다.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이하 ZOOM)의 경우, '속도'라는 주제를 단단히 설립한 다음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덧붙여 나가게 됩니다. 예컨대, 9장에서는  허리케인과 토네이도의 세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요. 11장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몸의 움직임을 얘기하게 됩니다. 그래요. 누구에게나 4교시 급식시간은 있었던 것이므로.....




2.

  저자소개를 잠깐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밥 버먼은 메리마운트대학교에서 천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과학과 관련된 저술은 저널리스트의 글을 선호하고, 신뢰합니다. 비전공자들은 혹시 칼럼니스트들의 글은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빌 브라이슨을 비롯해 사이먼 가필드, 혹은 메리 로치에 이르기까지,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삼고 있는 제게 종을 울려 준 책들은 현직 교수들의 웅장하고 장엄한 저술들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들의 책들이었지요. 사족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드릴 저자의 경우도 시종 흥미로운 문체와 탁월한 소재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폭풍은 무섭도록 거칠었다...."





3.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어요. 1부는 기초편, 움직이는 것들 파악하기. 2부는 심화편, 빨라지는 속도 이해하기. 그리고 각 부는 7장, 11장으로 총 18장으로 구성되는 식인데요. 확실히 체계적입니다. 그리고 속도라는 중심줄기에서 멋지게 가지들을 뻗어나가게 되는데요. 물리학과 생명과학, 생태학등을 유려하게 넘나들며 속도에 관한 이야기들만 집요하게 펼쳐놓게 됩니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로 된 이야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까지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니까 핵 융합 과정의 중성미자를 서술하기도 하고 타키온같은 양자역학 이야기를 펼치기도 합니다. 지루하기만 한 과학 교양서에 지친 독자분들께, 혹은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지면서도 흥미롭고 재밌는 과학책을 갈증내는 독자분들께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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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패밀리 - 하루 24시간, 우리 가족에게 벌어지는 신기한 과학 이야기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옥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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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E=MC2>을 비롯해 <시크릿 하우스>같은 걸출한 저서들로 유명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패밀리>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 입문서....라고 한다면 벌써부터 지루해지니까요. 사실 그런 관용어구로 묶어 추천하기에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글들은 훨씬 매력적입니다. 사실 과학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얼마간 학계에서 날고 기는 학자들보다 저널리스트의 글들에서 훨씬 설득력을 느끼게 돼요. 그러니까 자연과학을 전공한 저로써도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오늘 추천드릴 <시크릿 패밀리>의 경우도 탁월한 부분이 있어요.



2.
  책은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과학책인데 웬 가족소개냐구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글들이 멋진 지점이 바로 여기예요. 



남편 : 책상 위의 실내 화초가 남편을 향해 조용히 숨을 내뿜고, 남편은 새벽 4시에 경험하는 우리 몸의 자동 안구 세척,  당 방출 호름론의 분비, 방광압의 변화 등을 겪는다. 수십 개의 뇌세포는 돌연 그 존재가 소멸되고 앞서 헬스클럽에서 용감하게 상용했던 배 근육세포가 천천히 복구된다....





이런 식이란 말이죠. 딸과 아들과 아기까지 소개를 마치고 나면 책은 본격적으로 1장을 시작합니다. 1장의 제목은 "아침, 가족의 식탁에서는"입니다. 어지간한 소설책보다 독자들의 흥미롤 둗우는 형식을 갖춰두고 잇습니다.






3.

  여기까지 소개를 하게 되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입을 삐쭉 내밀게 됩니다. 명색이 과학 교양서인데 너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 하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책은 예컨대, Dermatophagoides ptero-nyssnus(세로무늬먼지진드기)같은 학명을 그대로 가져와 세균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관련 현미경 확대 사진을 수록해 놓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자 특유의 친절한 설명, 그러니까 다리가 8개에 코뿔소같이 커다란 목을 가진 거대한 무장 짐승이 모습을 드러낸다.....라는 식으로 묘사를 해 주는 거예요. 이런 문장을 현역에 지긋하신 교수님들이 쓰게 되면 어떨까요. 가족과 집이라는 테마의 테두리를 두른 생명과학과 많은 자연과학 학제들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유려하게 풀어내는 책입니다. 많은 분들께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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