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영에 관해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우리가 물에 감싸인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곱씹어보면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죠. 감각의 전환에 관한 설명도 일품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시각에 의존하고 살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로 판단하고, 끽해야 청각을 통해, 그러니까 경적소리를 듣고 위험을 경계하는 식인데 물 속에서는 이 모든 게 역전됩니다. 시각과 청각은 의미를 잃고 이제 얼마간 촉각에 의존해 물을 더듬어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서문부터 이러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멋진 책입니다.
3.
지은이는 에릭 샬린이라고 해요. 현역 수영코치이자 연구자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글이 너무 좋습니다. 얼마간 문학적이기도 하고 종종 상당히 날카로운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글쓰기는 학사모나 논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흥미와 애정에서 쏟아지는 것인가 봐요. 책은 수영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클래식보다도 유려한 문장을 펼치기도 하고, 역사적인 사료나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서술합니다. 글을 읽다보면 상기된 얼굴로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얘기를 쏟아내는 저자를 떠올리게 되어요. 수영이라는 소재가 포함된 역사라면 고대 인도를 비롯해 수많은 고서들, 그리스의 로도스섬 등등을 넘나들며 마음껏 풀어내고 있는데 수영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마저 달뜨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그러니까, 수영이라는 운동을 애정하는 분들을 비롯해서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문화와 문명 이야기에 갈증내는 독자분들께도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