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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오구니 시로'라는 저자가 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입니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의 원작이에요.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보게 되면 "뭐가 괜찮다는 것인가…" 생각하실지도요. 하지만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면 금세 얼굴에 홍조가 들게 됩니다. 그 서문은 이렇습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어서 오세요. 조금은 요상한 이름의 레스토랑에 흥미를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중략
'이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는 스태프들은 모두 치매나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입니다.'“
2.
그렇습니다. 이 요리점에서는 주문한 요리가 정확하게 나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사전에 알고 있다면 때론 그 엉뚱함이 에피타이저가 되기도 하는 것이고 자체로 이벤트가 되기도 하겠지요. 자칫, 엄숙해지기 쉬운 소재임에도 책은 시종 따뜻한 시선과 사려깊은 문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시의성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현대는 실패에 대한 지나치게 고양된 의식을 갖게 되잖아요. 사실 실패는 현대에는 공기만큼 흔한 것이고, 누구나 겪고야 마는 경험일 텐데 그 평가는 엄혹하지요.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너무도 당연하고 편안하게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아이쿠, 하구요. 그런 지점에서 이 책은 시기적으로 상당한 탁월함을 얻고 있어요. 본인의 실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분들, 본인을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3.
제 경우, 가제본을 먼저 받아 읽어보게 되었어요. "나는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이런 문장이 곳곳에 있는 책입니다. 뭔가 속에서 뜨거운 게 울컥, 하고 올라오게끔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어요. 그리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그런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연발하는 실수로, 헤헤하는 웃음으로, 아들이 기뻐하는 장소로….
하지만 책은 모든 것이 따뜻하고 희망차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여전히 사람을 꺼리기도 하고, 어쩔수 없이 불화하기도 하며 등장인물들이 엮이고 독자들이 섥히게 되어요. 힐링이랍시고 함부로 던지는 위로에 오히려 지친 분들께, 멋진 이야기를 들려 줄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