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프란스 드 발'<공감의 시대>입니다. 이쪽 번역으로는 설명이 굳이 필요없는 최재천 교수가 옮기는 과정에 참여했고 발문을 맡았습니다. 저자의 경우 <침팬지 폴리틱스>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고, 국내에서는 김혜리 기자가 특히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특히 입소문을 탄 저자이기도 해요. 오늘 소개드릴 <공감의 시대>는 저자가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이전과는 또 다른 특히 멋진 주제를 선보인 책입니다. 제 경우 역시 저자의 책들 중 각별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 오늘의 이 책이므로...

 

 

 

 

2.

 

그러니까 <공감의 시대>라는 책은 시대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책으로 느껴집니다. 저자가 그런 부분을 의식한 것 같진 않아요. 저자의 경우 그저 본인의 관심사와 전공을 십분 발휘한 책이겠지만...얼마간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현대에서 가장 근본적인 곳에 자리한 낱말이잖아요. 숱한 범죄사와 전쟁사에서 출발해서 진화와 심리학, 심지어 경제학에게까지 그 가지를 뻗고 있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어쩌면 최초로, 과학의 잣대로 들여다보는 책이 아닌가 해요. 그런 면이 왜 탁월한 것이냐. 그러니까 공감이라는 것을 어림 잡아, 문학적인비유로 이런 것이다, 하는 수준의 책이 아니라 오로지 정량적이고 객관화된 수치로, 진화론적 증거들로 제시하는 최초의 책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공감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를 탐탁치 않게 여기곤 합니다. 예컨대...

 

 

최근 역사에서 우리는 전쟁과 관련된 죽음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항상 이랬던 것이 틀림없고 전쟁 행위가 우리 DNA에 적혀 있다고 아상하게 되었다. 윈스턴 처칠이 "인간 종의 역사는 전쟁이다. 전쟁 중간에 있었던 짧고 위태로웠던 시간을 제외하면 서로 죽이려는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p44”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역시 학계에서도 입장이 분분합니다. 농업혁명 이전에는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미시사를 들여다보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의견 역시 팽팽하지요. 그래서 더욱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중요해집니다.

 

 

10분 정도 후에 아기가 나오자-건강한 아들이었다-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침팬지는 소리를 질렀고, 몇몇은 서로 껴안으며 모두들 출산 과정에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애틀랜타는 새로 엄마가 된 마이의 가까운 친구가 되어 그 후 몇 주 동안 거의 끊임없이 털을 골라주었다....-p95”

 

 

 

그러니까 이러한 예시들은 책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영장류들의 공감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를 적확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이 희망적이라는 점에서 어지간한 회의주의자도 감복하게 만드는 힘이 관찰에는 있는 것이지요. 책은 VEN 세포라던가 폰 에코노모 뉴런, 같은 전공자인 제 입장에서도 어색한 최신이론들을 유려하게 전개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시발생 가설을 비롯해 개체발생학, 게통발생학, 신경생물학을 넘나들며 논지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두께에 비해서는 상당한 깊이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그럼에도 살에 닿는 예시들과 동물들의 대한 관찰이 주가 되는 책이기 때문에 가독성은 상당히 높고 시종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시선이 이미 따뜻하기 때문으로 생각돼요.

 

 

 

 

3.

 

인간일반에 대한 혐오가 짙게 배어있는 사람들에게, 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낙관적인 시선이 아닌 정량적으로 수치화된 증거들을 직접 보고싶은 분들께 크게 위로가 되어 줄 책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부터 동물들의 권리신장이나 행동일반에 대한 관심이 큰 독자들에게는 프란스 드 발의 저술만한 책을 찾기도 힘들지요. 두께가 얼마 되지 않은 책이지만 밀도 높게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는 책으로써 어떻게보면 가장 인문학적인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자연과학 저술들도 이런 탁월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책으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강아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0
박정섭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략한 소개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책은 오히려 더 울림이 크기도 하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이 그렇습니다. 우선 1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별다른 소개가 필요하진 않겠지만 아이들과 읽다가 우리가 울컥, 해버릴 수가 있다는 점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고 비단 애견인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가슴 한 구석의 따뜻함을 호출해올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의 뒷면에는 함께 들으면 더욱 좋을 미니 CD가 첨부되어 있고요. 책의 퀄리티는 상당한 편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이만한 책이 더 없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

  예문 아카이브의 <이 밤과 서쪽으로>입니다. 추천사가 무려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마초적인 성향으로 작품과 또 다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이기에 그 추천사의 울림이 굉장합니다. 심지어 내용도 파격적이에요. "이 책을 읽고 작가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헤밍웨이는 왜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우선 베릴 마크햄.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입니다. 조금씩 비늘이 벗겨지고 있는 것 같죠? 누구나 한번쯤은 사는 인생, 어쩌면 한번쯤은 이런 걸출한 이야기를 그 인생의 정수를 쏟아 써내는 모양입니다. 아프리카를 어떤 책보다 아름답게 그려낸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기도 한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여행 에세이로 분류되고 있지만 에세이의 고전이라니, 그럼 책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겠습니다.



2.

 

우두머리 마부인 와이니나가 아침마다 마구간 종을 울리면, 그 거친 소리가 농장의 잠을 깨웠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소 등에 수레를 매고, 말꾼들은 말안장을 가지러 가고, 제분소 엔진은 증기를 내뿜었다. 우유 자는 사람들, 돼지 치는 사람들, 정원사들, 심부름꾼 소년들이 눈을 비비며 공기 냄새로 날시가 어떤지 보고 바쁜 걸음으로 일하러 움직였다....-p119


그렇습니다. 현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에요. 멋진 묘사와 저자의 통찰이 잘 어우러지는 흔치 않은 에세이의 고전입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정도 서사가 있는 편이라 천천히 여행하듯이,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이에요.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이어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가역적인 이야기들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엮이는 모양새가 시종 흥미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니얼 카너먼의 경우 얼마간 내향적이고 집요한 종류의 연구자인 반면, 아모스 트버스키의 경우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부류의 연구자로 보이거든요. 상극으로까지 보이는 둘의 공동작업을 (기어이 파국으로 치닫긴 하지만) 책은 훌륭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라고 합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좀처럼 와닿지도 않고 휘발성도 강해서 다음 날이면 남는 게 없게 마련입니다. 책은 전반에 걸쳐 행동경제학을 얘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연구들과 사례를 하나, 둘 쌓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이 무엇이다, 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안다고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부분에서 전작과는 분명히 장단이 다르고 차이가 있겠다고는 하겠습니다만 그 미묘한 지점을 적확히 짚기에는 제가 모자라는 모양이에요. 그럼 대체 어떤 사례들을 이야기하는가. 예컨대...


가솔은 스물두 살에 키가 216센티미터로, 유럽에서 센터로 활약하는 선수였다.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상체가 드러난 그의 사진을 보앗다. 약간 살찐 체격에 앳된 얼굴, 그리고 출렁이는 가슴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별명을 지어주었다. '유방남'. 유방남이 저러네. 모리가 말했다. "내가 책임지고 선발한 첫 선수인데, 그때는 그 선발을 밀어붙일 용기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가솔의 몸을 조롱했고, 가솔의 미래를 낙관했던 그의 모델은 그 조롱에 묻혀버렸다..... -p35


이 부분은 1장 '유방남'의 일부분입니다. 실소가 터지긴 하지만 웃기에도 곤란하고 연신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있는 책이에요. 이 이야기는 이처럼 유방남이라는 별명, 그러니까 꼬리표가 미치는 영향을 하게 되는데 책은 이러한 사레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행동들에 학술적인 명칭과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는데 역시 전작과의 합이 좋은 지점이지요.

전작의 지적향연을 즐겁게 즐기신 분이라면 일종의 후속작인 이 프로젝트 역시 최신이론과 결부시켜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경제학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어떤 행동과 심리기제에 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여겨지고요. 그렇다고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과는 상당히 다른 궤를 돌고 있는 특이점에 위치한 책입니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 그 이면에 있는 모순과 이해를 도울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자서전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입문하고는 표면만 더듬는 책들에게 지쳐가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반짝이며 흥미진진하던 심리학 개론은 대부분의 책들에서 반복되고, 소모되며, 어느 정도 일반적인 용어나열에 그치고 마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끼워맞추기 식 사례들로 인간의 행위를 단일하게 환원하려한다는 시도 자체에서 이미 실패하는 책들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심리학과 멀어지고 만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오늘 소개드릴 카를 융의 자서전은 그런 분들을 다시금 심리학으로 발길을 돌려줄 책이랄까요. 카를 구스타프 융은 84세가 되어야 이 책의 집필을 허가했고, 그마저 본인의 사후에야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지요. 그렇게 힘들게 나온 책이지만서도 번역의 문제로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책인데 여기에 애정과 학식을 겸비한 역자가 덧붙여져 국내에도 아주 우아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옮긴이의 서문에서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고 있어요. "나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책을 한글로 옮길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신과 융과 그동안 수고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
 
제가 카를 구스타프 융을 소개하는 건 역시 바보짓이겠지요. 단순한 약력을 얘기하자면... 바젤 대학교의 의학부를 졸업한 심리학의 거장입니다. 학계에서 외면받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연구를 이해하고 확증한 입지론적 인물이지요.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이나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같은 저술들을 통해 그의 이론과 연구들은 이미 이쪽 학계의 시원이 되었지요. 일반 독자 입장에서 보면 그의 저술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오히려 이 자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자기를 실현한 게 본인의 생애라고 밝히며 책은 시작됩니다. 이럴 땐 정말 책이 도끼 같아요.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나 자신을 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며, 나의 '자서전'은 그러한 내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어떤 사건들이 있잖아요. 예컨대, 이사를 간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다거나...그러한 외적 사건들은 기억에도 남지 않고 오로지 융은 우리 내면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호출해냅니다. 책의 1장은 유년시절, 2장은 학창시절, 3장은 대학시절을 다루게 되고요. 4장부터는 그의 환자들과 꿈의 분석, 마지막으로그 유명한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라는 챕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총 13장을 다루게 되고 자서전으로서는 상당한 성취를 거두고 있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장 본인이 입지론적인 이론가이자 의학자인데다가 그 책을 이루는 컨텐츠는 시종 문학적이고 철학적인데다가, 역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보태어져 아주 걸출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

그 말투는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아,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해다오!"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좀 놀라 그에게 반문했다. "보루라니요? 무엇에 대한 보루란 말입니까?"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보루'와 '교리'같은 단어들이었다. 왜냐하면 교리, 즉 논의할 필요도 없는 신앙고백은 오직 의심을 단번에 눌러버리려고 할 때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p281


융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의학도의 길을 걸었죠. 평생을 신과 다퉈왔고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다만 신을 안다고 대답한 것이 유명하지요. 위에 소개한 탁월한 텍스트들처럼 시종 신랄한 서술들이 책 곳곳에 가득합니다. 본인의 일대기를 형식으로 차용해오고 있지만 심리학과 철학, 니체와 프로이트를 횡단하며 펼쳐내는 마술들이 대단한 책이에요. 비단 심리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교양서로서, 혹은 입문서로서도 외연을 확장해내가기에 정말 좋은 책으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