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서유럽 편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1.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 서유럽 편입니다. 3부작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서유럽 편이지만 사실상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308페이지 정도로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여행기나 에세이는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는 역사서로 볼 수도 있겠어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그랜드 투어'가 무엇이냐라는 질문부터 해결해놓고 가야 할 테지요. 그랜드투어라고 하면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 특히 영국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여행을 말한다고 해요.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 세련된 예법의 도시 파리를 코스로 했는데 이 책 역시 거기에 영국을 더한 셈이지요. 그러니까 인문여행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책 역시 위에 언급한 3개국의 교양적인 역사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2.

 

그렇다고 여행을 앞둔 독자들과 무관한 것도 아닙니다. 소개하고 있는 주요 장소들이 웬만한 투어에서는 반드시 들려가는 포인트와 겹치거든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역사적으로 함의가 있는 포인트들이 보통 어떤 표상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책의 경우 컬러사진들을 다량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의 밀도는 낮습니다. , 제법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데다가 훗날 여행지에서 상당히 풍성한 경험을 선사해 줄 얘기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이를 테면...

 

국회의사당을 따라 걷다 보면 19세기 말에 세워진 올리버 크롬웰의 동상이 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동상은 19세기 말 당시 총리였던 로즈버리 경이 크롬웰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아직도 왕이 국가원수로 존재하는 나라에서, 역사상 유일하게 왕을 역적으로 몰아 죽인 사람의 동생을 국회의사당 앞에 버젓이 세워놓다니! -p61”

 

 

이는 영국 국회의사당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수록되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포인트에서 이러한 사연들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여행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사례들을 담고 있는 식입니다. 유럽여행을 앞둔 분들께, 혹은 유럽여행을 가지 못하는 분들께 동시에 추천드릴 수 있는 책입니다.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을 가볍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펼쳐들기 좋을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 , >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 3부작의 두번째 편, <문명의 붕괴>입니다. <, , >의 경우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대출해 간 도서 1위로도 유명하기도 하고, 워낙 그 작품의 제목 자체가 가진 강렬한 느낌 때문에..... 정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저술이기도 하지요.

 

문명 3부작의 시원인 <, , >에서 문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오늘 소개드릴 <문명의 붕괴>는 제목 그대로 그 문명이 붕괴될 수밖에 없던 근원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그렇다면 왜 <, , >가 아니라 <문명의 붕괴>를 소개하느냐.

 

단순합니다. 더 좋았어요. 전작은 아이디어가 가지는 탁월함에서 톡톡 튀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면 오늘 소개드릴 책은 묵직하고 담백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번역과 유려한 통찰이 더욱 잘 드러나는 걸출한 작품이랄까...

 

 

 

 

 

 

 

 

2.

 

주석을 제외하면 책은 730여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책입니다.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발췌독을 하기에는 서사마저 훌륭한 작품이라 역시 정공법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맛이 있는 책입니다. 역시나 이번 작품도 탁월한 프롤로그로 시작합니다. 두 목장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군요. 그러니까 헐스 목장과 가르다르 목장이 소개되고 있는데 왜 두 목장 중 하나는 지금까지도 활기찬 모습을 가질 수 있었고 나머지 한 목장은 이미 500년 전에 버려진 목장이 되었을까,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서술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문명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큰 울림을 주며 책의 포문을 열게 되는데요. 이런 식의 확장은 제러드 다이아몬드 특유의 탁월함이기도 하고 그것들이 매번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걸 볼 때마다 감탄을 감추기 힘들어요.

 

 

 

 

책을 이루는 페이지와 대조적으로 구성은 단순합니다. 4개의 주제로 나뉘어요. 1부는 몬태나의 현실, 2부는 과거 사회의 붕괴, 3부는 현대 사회의 위기, 4부는 지구의 미래를 위하여....그러니까 연대순으로 글이 진행되는데 거기서 차근차근 설득력을 얻어서 결과물을 응집해내는 저자의 단단함이 돋보입니다.각 부는 평균적으로 4장 정도의 소주제로 나뉘게 되는어 총 16장을 이룹니다. 그러니까 각 장마다 가지고 있는 컨텐츠의 밀도고 굉장히 높아요. 저자가 평생을 바쳐 얻어 온 사료들을 이 3부작에 때려 부었으니 그럴 수밖에....

 

 

 

 

 

 

 

 

 

 

 

3.

 

 

 

유럽이 그린란드에 수출한 물질적 상품만큼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이자 유럽인이라는 정체성, 그 심리적 수출품이었다. 여기에서 그린란드 사람들이 그린란드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붕괴라는 비극을 맞게 된 이유가 찾아지는 듯하다....중략...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린란드 사람들이 청동종의 수입을 줄이고 연장을 만들 수 있는 철을 더 많이 수입했더라면, 이누이트족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수입했더라면, 위기를 맞았을 때 이누이트족의 고기와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을 수입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린란드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문화적 유산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에게 닥친 비극만을 두고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다....-p345“

 

 

 

 

 

 

그러니까 그린란드 사람들은 유럽인이라는 본인들의 정체성 못지 않게,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청동 촛대, 금반지, 청동으로 된 종 등을 수입한 것이 대표적인 증거가 되겠지요. 그 외에도 교회의 건축양식이랄지, 상당히 다양한 부분에서 저자는 적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그것들이 왜 문명의 붕괴로 이어지는지 설명하게 됩니다.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생활 방식의 파격적인 변화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문화적인 배경을요.

 

 

 

이 대목은 28장에 수록된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의 종말'의 일부입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서술과 적확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과거 사회의 붕괴'라는 한 부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 , >에서 특히 세균과 관련된 이야기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묘한 재미를 느끼게 되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2부에 관해서는 날아다니는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확인하게 됩니다.

 

 

 

3부에서는 이 흥미로운 서술의 시점만 현재로 옮겨와 도미니카 공화국이랄지, 르완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를 다루면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술들은 처음에 예열단계만 거치면 점차 재밌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4, 지구의 미래에 이르면 장엄하고 장중한 마무리를 맞게 되는데 학계에서도 상당한 함의를 가지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그 두께에서부터 비장함이 보이잖아요.

 

 

 

 

결국 미래학이라는 것도 과거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될 수 없는 것이며 혹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현재와 미래는 역시 과거를 이루는 어떤 것으로 작용하는 것이니까요. 문명과 관련해서 거대한 담론을 가장 손실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가 아닐까...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행우주 -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입니다미치오 카쿠의 수많은 저서 중 단 한권의 책을 추천하자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일 테지요박병철 교수의 번역으로 시너지를 더해 이미 33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로 2006년에 출간된 도서임에도 아직까지 그 영향력을 강력하게 미치고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경우 저자가 밝히고 있다시피우주론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한 책인데요그렇다고 만만하게 덤벼들 책은 아닙니다그러니까 표면적인 이해는 사실 이해라고 보기도 민망한 것으로....저자는 어떤 부분에선 타협없이 유려하게 최신이론을 횡행하며 우주를 얘기합니다다만 어디까지나 다양한 은유들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자들을 끌어줄 뿐이에요그리고 기본적인 사항들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취지에서 대중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이지 결코 그 컨텐츠가 얄팍하지는 않습니다그럼 본격적으로 책을 들여다볼까요.

 

 

 




 

 

2.

 

 

그러니까 550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특징적인 부분은 551페이지부터 600페이지까지는 용어 해설을 담고 있습니다예컨대, la형 초신성이 무엇이냐, M-이론은 무엇이냐이것들을 사전식으로 해설하고 있는데 그래도 일반물리학을 어느 정도 상회하는 부분까지 수료한 저마저도 la형 초신성이나 M이론은 정말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그래서 친절하게 부록처럼 용어해설을 담고 있는 책으로 역시 소장용으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책은 총 3부로 구성됩니다우주다중우주그리고 초공간굉장히 단순하죠하지만 세부내용도 그럴까요. 1부 1장은 WMAP 위성그리고 M-이론과 11차원 우주로 시작합니다이렇게 들으면 괜스레 머리를 싸매게 되지만 또 텍스트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명언 중에는 이런 말도 있다. "한번 사색에 빠지면 더욱 깊은 사색에 빠져들고이것이 반복되면 우주론이 탄생한다."

 

......중략......

 

 

초끈이론과 M-이론의 기본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우주를 이루고 있는 모든 입자들이 바이올린의 끈 (string)이나 북의 막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다시 말해서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입자들은 그 출신성분이 무엇이건 간에 모두 끈이나 막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이들이 진동하는 패턴에 따라 우리의 눈에 각기 다른 입자로 보인다는 거시다여기서 말하는 끈이나 막은 3차원 공간이 아니라 11차원 초공간 속에 존재한다. -p43“

 

 

 


 

 

그러니까 우주론이 논의되는 초창기에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얼한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들을 저자의 유년기를 통해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게다가 서두에 말씀드렸듯머리를 싸매게 만들었던 개념적인 얘기들예컨대 11차원이랄지 M-이론같은 것을 이렇게 단순한 은유로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이것은 저자가 개념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완전이 육화되어서 나올 수 있는 문장들이지요실제로 학과수업에서는 1시간을 펜을 꼭 쥔채 듣고 있어도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손쉽게 체화시켜주는 멋진 책입니다.

 

 

 

 

 

 

 

 



 

 

3.

 

결국 트림블은 하몬이 했던 대로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그러나 그가 방아쇠를 당긴다고 해도 총알이 빗나가는 평행우주는 무수히 존재한다트림블이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에 우주는 '초래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결과'의 개수만큼 갈라져나가는 것이다....-p530“

 

 

그렇습니다그 유명한 평행이론에 관해서 서술하는 대목입니다공상과학 영화의 시나리오같은 게 아니라 적확한 과학의 세계라는 것이지요이것이 바로 양자적 다중우주의 세계인데 미치오 카쿠의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기도 하고 독자 입장에서는 공상에 깊게 빠져들게 하는 실로 찬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얘기지만 사실 여기서 뻗어나가는 윤리학적인 문제들과인문학적인 담론들은 현대를 구성하는 논의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지요책은 이처럼 시종 탄탄한 비유들과 은유들그리고 적확한 사례들을 넉넉하게 담고 있습니다그리고 이론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풍부한 자료들을 담고 있어서 역시 걸출한 클래식으로 남은 작품이지요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도 추천을 아끼고 싶지 않은 베스트셀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도정일.최재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죄송하지만 최재천 교수 부분만 잘라내고 싶을 정도...너무나 비교되는 얕은 통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입니다. 얼마간 도킨스가 저술했던 책들과는 제목부터 궤가 다른 느낌이에요. 실제로 이 책의 포지션도 그렇습니다. 서문에서 본인이 밝히고 있다시피, 여태 본인이 저술했던 책들의 논리를 증명할 실제 증거들을 담은 책들이에요. 그렇다면 왜 이런 제목이 붙었나. 첫째, 원래 붙이려고 했던 제목인 <그저 하나의 이론 (Only a Theory)>은 이미 사용되었기 때문에. 둘째, 더 완벽한 제목이기 때문에...

 

 

 

2.

 

 

그러니까 <만들어진 신>을 비롯해 <이기적 유전자>에서 시종 파격적이고, 그만큼 반발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결코 반박은 할 수 없을 단단한 얘기들을 해 온 저자잖아요. 이번엔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화가 사실이라는 증거 자체'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중심을 잡은 책이니 얼마나 밀도가 높겠습니까.

 

 

 

책은 총 13장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니까 도킨스는 애초에 형식으로 뭔가 돌출점을 만든다는 식의 불필요한 잡기는 전혀 쓰지 않아요. 이미 내용 자체가 시종 파괴력이 대단하므로. 우선 1장에 대한 애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은데 도킨스가 처음에 사용하려고 했던 제목인 '그저 하나의 이론'은 물음표가 덧붙여서 1장의 소제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론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인가. 다소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진정 장르를 필요에 따라서 횡행하는 저자의 자유분방함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열광적으로 좋아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2장의 제목은 개, , 그리고 양배추입니다. 그렇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지요. 도킨스는 13개의 장을 통해 쥐, 곤충, 양배추, , 원숭이 그리고 바다에서 뭍으로, 세포에서 효소와 새로운 종으로, 날개, 망막에서 끝내 생명의 장엄함으로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3.

 

생물의 몸에도 온통 생물의 역사가 쓰여 있다. 생물의 몸에는 로마의 길, 성벽, 비석, 그릇에 해당하는 생물학적 유물들이 빽빽한 털처럼 덮여 있다.심지어 생물의 DNA에는 고대의 비문과 같은 것이 조각되어 있어서, 학자들에 의해 해독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

.

 

빽빽한 털이라고? 그렇다, 말 그대로 그렇다.우리가 겁에 질렸거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고 그 비길 데 없는 솜씨에 경악할 때, 우리는 소름이 돋는다. ? 우리 선조들은 이상적인 포유류처럼 온몸에 털이 나 있었고-p451“

 

 

마법처럼 흡입되는 표현들입니다. 그러니까 자연과학을 설명하는 지긋한 교수님들은 왜 이런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걸까요? DNARNA의 구조적인 측면에 관한 지루한 설명들, 분류계통수와 영장류와 조류를 단계통군으로 묶어 털이라는 고유형질을 갖는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전공서적들.....리처드 도킨스의 저술들은 여전히 그러한 전공서들을 부끄럽게 할 유려한 문장을 선보입니다. 영장류의 털이라는 형질을 저렇게 표현한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사실 굳이 추천하지 않고도 몇 페이지만 넘겨보면 계속 넘기게 되어요. 당장 소재부터가 자극적인데 표현조차 유려하거든요. 논리는 꼼꼼해서 반박하려고 소매를 걷어붙여도 얼굴만 붉어올 뿐이지요. 그뿐인가요. 책은 유머까지 가집니다. 이를 테면 서문부터 책은 이렇게 얘기해요.

 

 

"이 책은 진화가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들에 관한 책이다. 종교에 반대하려는 책이 아니다. 그 일은 내가 다른 곳에서 이미 했다."

 

 

 

 

 

4.

 

그러니까 대중들은 지금 시점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읽을 것이냐.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가 가장 완벽한 대안이 될 겁니다. 대안이라기보다는 확실히 더 나은 선택이 될 테지요. 특히, <만들어진 신>을 충격 속에서 읽었던 기존의 독자이고, 그 충격이 시종 머리 속을 달콤하게 맴돌았다면, 이번 책 역시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해 줄 멋진 책이에요. 굉장히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하는 유려한 서술들과 거침 없는 진행, 군더더기 없는 논지전개가 일품인 클래식으로써 많은 분들께 교양서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