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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 - 실험물리학자가 던지는 기술과 문명에 대한 대담하고 유쾌한 질문
피터 타운센드 지음, 김종명 옮김 / 동아엠앤비 / 2018년 3월
평점 :
1.
피터 타운센드의 <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입니다. 원제는 'The Dark Side of technology'예요. 해석하자면 '기술의 어두운 이면(裏面)' 정도가 되겠군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법 깜찍한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실은 2018년의 과학계가 당면한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책이에요.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그 뒤에 그늘진 구석에 존재하는 인간과 문명의 이기, 파괴되는 생태계 등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것이 골자랄까요.
2.
책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부록으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라는 이름의 에필로그와 그 외, 저자의 추천도서들을 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간추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책에 내재된 주제와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생태터널을 생각해봅니다. 그 터널이란 것을 뚫어줌으로 인해서 그 도로를 지나는 개체들의 생존률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체들의 생존률을 다음 해에,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분석을 해 보니 생태터널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건 생태터널이 효과를 보인 게 아니라 생태계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것 뿐이에요. 도도새가 보여주는 사례가 그렇듯, 많은 생태계의 연쇄작용은 당장 눈에 보이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인류의 폭력성으로 인해 도도새가 멸종되었고, 다음으로는 도도새의 소화와 배변 작용으로 인해서 자라나는 나무가 멸종되었고, 그 식송들의 멸종으로 인해 숲이 사라지고, 숲이 사라짐으로써 보금자리를 잃은 다른 개체들이 절멸하는 식이라는 겁니다.
책은 이러한 주제로 500페이지에 걸쳐, 필요할 땐 수치와 검증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는 사회, 이미 충분히 편리하고 빠르지 않은지요. 우리는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손실하면서까지, 뭘 더 편해지려는 걸까요. 가끔은 100년 뒤의 현실이라는 게, 너무도 멀게만 느껴져서 저조차 책임감과 도의적인 윤리관을 상실하곤 합니다. 그런 장면마다 <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은 때로는 적절한 지표로서, 때로는 객관화된 수치로서, 경종을 울려줄 책입니다. 전문적인 과학용어랄지, 현학적인 문장들은 최대한 배제한 책이지만 상당히 밀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비단 과학도뿐 아니라 일반 대중교양서로서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