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 19세기 말 이후 한국 현대사와 시의 만남
이성혁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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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문화다북스에서 출간된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입니다.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그러니까 근현대사를 개괄하는 책이야 어느 도서관에나 빼곡히 꽂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란 건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이 되어야 바람직한 것일 테지요. 그런 의미에서 문학, 그 중에서도 시라는 테마를 차용해 역사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간 상당히 탁월한 부분들이 그 지점에서 나옵니다. 문학비평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역사서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애초에 장르를 마음껏 횡단하는 모습이 특히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2.

  책의 구성을 볼까요. 총 13인의 저자들이 연대기 순서로, 저마다 시대를 할당해서 맡아서 작품들을 전개하는 식입니다. 서문을 여는 김지윤 문학 평론가는 에드워드 카의 저술에서 이야기의 물꼬를 틀게 되는데 역시 쉽게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세계사 연표를 비롯해 (첨부사진 참조) 각 장을 열 때마다 관련 역사의 연표를 삽입해 두고 있어서 지식적인 개념들을 습득하기도 수월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책이 정식 출판본이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서문부터 띄워쓰기가 맞지 않는 점이나 관련 사료들, 사진자료들을 삽입해 둔 지면이 다소 조잡한 부분이 있긴 해요. 그런 부분이 편집적으로 잘 정돈되었으면 확실히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역시, 시라는 테마로 연대기를 잘 정리해 둔 책으로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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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 - 탈식민주의와 풍자정신
김태만 지음 / 호밀밭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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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밀밭 출판사에서 나온 <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입니다. 저자소개부터 할까요. 96년에 중국 베이징대학 동대학원 중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하고요. 현재는 한국해양대학교의 동아시아학과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저자의 삶에서 추출되는 공기가 저술들과 잘 어우러지는 부분으로 독자 입장에서는 책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2. 

  중국인들의 필독서로 루쉰의 <아Q정전>이라는 소설이 있겠습니다. 그 당대의 분위기를 읽어낼 독법으로 당시에 쓰여진 문학만한 게 없을 겁니다. 중국이라는 체제 속에서 살아남은 중국의 소설들은 물론이고, 하물며 루쉰은 이제 13억 중국인의 필독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그러한 중국에 관한 이해를 배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한국이라는 시스템으로 연료들을 가져오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3. 

  그러니까, 책의 서문은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합니다. 놀라운 부분이지요. 저자의 나이랄지, 인프라를 생각해볼 때 더욱 감사하게까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각설하고, 이러한 부패권력의 붕괴 전조를 미리 읽어낸 저자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저자는 그 전조를 루쉰연구는 물론이고 논어를 비롯한 고전의 작품들에서 읽어냈다는 것이고요. <다시 루쉰에게 길을 묻다>는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루쉰연구에 인생을 바쳐 온 저자의 최종적인 통찰이라 하겠습니다.


4.
책은 중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편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근대의 의미라던가, 많은 배경설명을 수 페이지에 걸쳐 얘기하고 있지만 만만하게 펼쳐 들 책은 아니므로…하지만 그만큼 높은 밀도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정독해내는 보람이 있는 책이랄까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은 루쉰의 연보를 부록으로 담고 있어서 연대기별로 관련사항을 정리하기에 좋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평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종종 놓치게되는 방향을 고쳐 잡아줄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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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키
리처드 러드 지음, 김석환.김종근 옮김 / 물병자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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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제가 서평을 위해 받아본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입니다. 저는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이 전환되는 시절에 학교를 다닌 학생이었고, 당시에는 <동아전과>라는 학습참고서가 있었는데 딱 그걸 떠올리게 되는 책이에요. 우선 B4용지 크기인데다가, 페이지 수도 730여장에 달합니다. 판매권장가가 49,000원으로 책정되어있는데 책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가격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저자는 '리처드 러드'라는 시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저는 서평을 시작할 것이므로




2.

  그러니까 생물학을 전공한 저로써는 실은 처음으로 고민을 하게 한 책입니다. 즉, 양심에 관한 것인데… 도무지 저로써는 수긍을 할 수 없는 내용들로 시작해서 그런 내용들로 끝나는 책이더군요.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 역시 큰 함의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때론 베스트셀러이기에 베스트셀러가 되곤 하지요. 패리스 힐튼이 유명한 이유는 '유명해서'이기 때문인 것처럼요.




3. 

  이 책은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비슷한 구석을 가집니다. 그러니까 간절히 바라면 그 마음이 형질로써 유전자에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최근 학계에서는 epigenetics라고 하여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는 점에서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맞다고 인정하긴 하지만 이 책의 논지는 조금 다릅니다. 다분히 청교도적이고 어디선가 <시크릿>류의 감성이 진하게 담겨 있어요. 저는 사실 이런 식의 사고를 지지할 수는 없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4. 

  그럼에도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책의 사용법을 십분 활용해 실제로 바람직한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독자들도 있다는 점에서 역시 함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DNA나 여러 세포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시인이라는 저자의 직업적인 부분의 성취를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세포조직을 터빈을 구동하는 용광로나, 엔진실 등으로 적절하게 비유하면서 설명을 하는 점에서는 그 가치가 빛나는 지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일종의 주파수를 쏘아 보내면 그것이 유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은…저로써는 받아들이긴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시간과 과학과 여러 학문들의 몫이므로. 

여튼 시크릿같은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독자랄지, 여러 긍정을 고양시키는 자기계발서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을 드리며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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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 - 실험물리학자가 던지는 기술과 문명에 대한 대담하고 유쾌한 질문
피터 타운센드 지음, 김종명 옮김 / 동아엠앤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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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터 타운센드의 <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입니다. 원제는 'The Dark Side of technology'예요. 해석하자면 '기술의 어두운 이면(裏面)' 정도가 되겠군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법 깜찍한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실은 2018년의 과학계가 당면한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책이에요.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그 뒤에 그늘진 구석에 존재하는 인간과 문명의 이기, 파괴되는 생태계 등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것이 골자랄까요.


2. 
  책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부록으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라는 이름의 에필로그와 그 외, 저자의 추천도서들을 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간추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책에 내재된 주제와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생태터널을 생각해봅니다. 그 터널이란 것을 뚫어줌으로 인해서 그 도로를 지나는 개체들의 생존률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체들의 생존률을 다음 해에,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분석을 해 보니 생태터널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건 생태터널이 효과를 보인 게 아니라 생태계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것 뿐이에요. 도도새가 보여주는 사례가 그렇듯, 많은 생태계의 연쇄작용은 당장 눈에 보이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인류의 폭력성으로 인해 도도새가 멸종되었고, 다음으로는 도도새의 소화와 배변 작용으로 인해서 자라나는 나무가 멸종되었고, 그 식송들의 멸종으로 인해 숲이 사라지고, 숲이 사라짐으로써 보금자리를 잃은 다른 개체들이 절멸하는 식이라는 겁니다.

  책은 이러한 주제로 500페이지에 걸쳐, 필요할 땐 수치와 검증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는 사회, 이미 충분히 편리하고 빠르지 않은지요. 우리는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손실하면서까지, 뭘 더 편해지려는 걸까요. 가끔은 100년 뒤의 현실이라는 게, 너무도 멀게만 느껴져서 저조차 책임감과 도의적인 윤리관을 상실하곤 합니다. 그런 장면마다 <과학자도 모르는 위험한 과학기술>은 때로는 적절한 지표로서, 때로는 객관화된 수치로서, 경종을 울려줄 책입니다. 전문적인 과학용어랄지, 현학적인 문장들은 최대한 배제한 책이지만 상당히 밀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비단 과학도뿐 아니라 일반 대중교양서로서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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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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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재작년이었나요.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이 화제가 됐었죠. 오늘 소개드릴 책은 바로 그 다음 해에 같은 상을 수상한 '다비드 그로스만'의 <나의 칼이 되어줘>입니다. 당시 수상작은 정확히는 <술집에 들어 온 말 (A Horse Walks Into a Bar) >이었고 오늘 소개드릴 책은 그 책은 아닙니다만맨부커 쯤 되는 걸출한 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얼마간 신뢰를 가지고 책을 펼칠만도 하겠지요. 한강 작가의 <흰>이 연속으로 후보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일 테지요. (저만 해도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보다는 <소년이 온다>를 훨씬 더 생생하게 읽었던 경험이 있으므로…)

 사실 소설과 관련된 서평은 웬만해선 피하는 편입니다. 다분히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고요. 그러니까, 줄거리를 간추리자니 그것 자체가 핵심인 장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소설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학비평을 하자니 차라리 스스로를 비평하는 게 낫겠다 싶은 것이므로…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다소간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내 보는 것입니다. 



2.

  저자의 이력을 볼까요. 이스라엘 작가입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고요.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내외적인 정세가 상당히 중요한 작가로도 보이는데 우선 본인이 팔레스타인 정부 정책에 있어서 끝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오기도 했었고요. 사실 이스라엘의 상황이 여러 모로 상당히 위태롭다는 점에서, 저자의 작품들이 문학적으로 호소력을 얻어가는 부분들도 있겠지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당대상황을 제법 과감하게 담아내는 작가이므로. (맨부커 수상작인 A Horse Walks Into a Bar
의 경우 국내에는 아직 번역 및 출간되진 않았습니다.)


3.

  역시 줄거리를 간추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책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우선 470여 페이지의 장편이구요. (중장편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야이르의 편지로, 2부는 미리엄의 일기로, 마지막 3부에서 앞의 서사를 정돈하는 식입니다. 1부가 책의 2/3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3부의 경우는 상당히 짧지만 그만큼 밀도 높은 임팩트를 가지고 있달까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력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팽팽합니다. 얼마간은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을 생경하게, 또 필요에 따라서는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문장들이 인상적이고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축으로 깨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감정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것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역시 많은 분들께 권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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