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공부법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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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612북스에서 나온 <철학자의 공부법>입니다. 최근에 동출판사에서 미키 기요시의 절판된 저서들을 새로 찍는 모양이에요. <어느 철학자가 보낸 편지>로 알려졌던 (다음에는 <인생론 노트>라는 이름으로 출간.) 클래식은 <행복을 무기로 싸우는 사람은 쓰러져도 여전히 행복하다>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지요. 그 다음으로 출간된 책이 오늘 소개드릴 <철학자의 공부법>입니다. 옮긴이는 <행복을 무기로..>를 맡았던 이윤경씨가 그대로 맡게 되었습니다.


2.

  미키 기요시의 저서들은 사실 이미 입소문이 나 있는 편이지요.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행복을 무기로…>와 마찬가지로 다소 베스트셀러스러운 제목이 붙은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전 절판된 도서들의 제목이 담백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표지에 이름표처럼 붙는 제목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므로…. <철학자의 공부법> 역시 표지에 "자세히 읽어라, 피상적인 지식으로 만족하지 마라." 라던가 "경박한 비평가의 지적에 바로 동의하지 마라." 같은 어구가 하단에 삽입되어 있는데 어떻게보면 트렌디해보일 수 있지만 조금 톤과 결이 다르달까요. 책에 있는 내용이지만 미키 기요시는 함부로 조언을 남발하는 스타일의 저자는 아닙니다. 물론 강점을 둘 때는 제법 센 어조로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독서편력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어요. 그럼 책의 내용을


3.

  우선 전작이자 대표작인 <행복을 무기로…>의 경우 상당히 읽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앞부분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철학자의 공부법>의 경우 가독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독파가 가능해요. 어렵게 쓸 필요가 없는 책이므로 저자는 할 말만 밀도 높게 합니다. 독립적으로 보이는 산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공부법에 관한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의 독서 편력이라던가 책을 고르는 방법, 혹은 번역에 관한 본인의 고찰등을 담고 있어요.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가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서술되고 있기에 당시의 역사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편이고 가독성이 좋습니다. 


  두번째 장인 '독서편력'이라는 장은 가장 긴 70페이지로 이루어져있고, 책을 이제 막 읽어나가는 새내기 독자들에게 큰 기쁨이 되어 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물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미키 기요시는 전혀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의 중요함을 역설하는 대담함도 보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전혀 자기계발서같은 책은 아닙니다.


  119페이지의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파트 역시 흥미롭습니다. 남독, 다독, 정독 같은 개념을 정립해서 책 읽기의 방법론을 서술하는데 어쨋든 평생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 줄 것이므로… 오히려 대표작인 <행복을 무기로..>보다 먼저 읽기에 좋은 책에 관한 입문서입니다.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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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33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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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아쉽다는 사람들은 다른 번역본을 못본 것 같음.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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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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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이어 웅진지식하우스의 에세이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림태주의 <관계의 물리학>입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시인'이 얼마간 '과학'을 소재로 쓴 '에세이'라는 점입니다. 어딘가 위화감이 들지도 모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조합이 되어 있거든요. 과학은 과학자의 것이고, 시인은 시를 쓴다는 생각이 관성처럼 들게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문의 내용은 상당히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편입니다. 독자들에게 잃고 있던 감정들을 생생하게 살려낼 수 있는 책이고 그것은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에서 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문장들이 시종 동글동글하고 명랑한 구석이 있어서 산뜻하게 읽어나가게 되는 편입니다. 특히, 열역학 제2법칙을 거론한다던가, 우주나 질량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도 그 문장력을 잃지 않고 있어서 첫째로는 생경한 주제가 주는 신선함이 있고, 둘째로는 역시 아름다운 문체가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책이에요.

 

 

 

 

 

 

2.

 

본문에서 몇몇 문장을 아예 소개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서문에 저자는 본인을 '글의 그물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은유 몇 낱을 여기 붙잡아' 라는 등의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딱히 저자 소개를 듣지 않고도 이미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어요.

 

봄은 월급통장의 잔고보다 빠르다고

 

쥐꼬리만한 봄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벚꽃 그늘을 걸었다.

 

그 길은 짧아서 그리움을 늘이며 걸었다.“

 

 

 

 

 

 

아름답죠. 그러니까 쥐꼬리마한 건 봄뿐만 아니라 월급이기도 한 것인데, 그리움을 늘이며 그 그늘을 걸었다는 겁니다. 처연한 현실을 서술하는데도 문장이 아름다워 그 그늘을 따뜻하게 위무해주는 문장들이 가득해요. 외에도 '옷가지들이 트렁크를 열면 숨죽이고 있다가, 처음 개켜놓은 모양 그대로 나를 쳐다본다.' 같은 식의 귀여운 서술도 돋보이고요.

 

 

 

 

 

 

 

 

3.

 

 

사막엔 모래보다 많은 게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이문재 - 사막

 

 

 

 

특히 초반부는 이처럼,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관계와 사이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요. 소개드린 시를 비롯해서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털실의 보푸라기들이 틈 사이에 온기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비유 등으로 관계와, 사이와, 틈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물리학>은 시인이 펴낸 산문집이기 때문에 얼마간 관계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관계라는 타성에 젖어가는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관계를 떼어내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톤앤매너를 아름답게 알려줄 책입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우주라던가, 물리학에 빗대 풀어내는 점이 참신하고요. 통찰력과 감성이 엿보이는 에세이임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공명으로 다가올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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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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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웅진지식하우스의 신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입니다. 우선 제 경우 책을 병렬식으로 읽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한 일곱 권 정도를 풀어놓고 이것저것 집어서 정신없이 읽는 것입니다. 독서에 정해진 독법 따위는 없는 것이므로. 그리고 그 방식이 제게 잘 맞습니다. 하지만 얼마간의 기준은 있는 편인데 책들도 상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역사서를 읽다가 또 다음에는 소설을 읽다가 깊은 사유를 해야 하는 책을 느긋하게 읽다가 오늘 소개드릴 책처럼 얼마간 가벼운 에세이를 읽곤 하는 것입니다. 



2.

  이미 표지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루즈한 기운이 있는데 어느 페이지를 무작위로 펼쳐도 특유의 느긋함이 텍스트에 녹아 있습니다. 곳곳에 일러스트들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는데 시종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날카롭게 각을 세우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독자 입장에서는 피곤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저자가 우선 본인을 희생하는 문법 체계 내에서 논지를 전개해나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선 저자가 엄청나게 수완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랄지, 베스트셀러를 족족 뽑아내는 저자랄지, 그렇다면 이런 에세이는 설득력이 없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본문에서 밝히고있다시피 우선 저자 본인이 홍익대를 가기 위해 사수를 했던 경험이라던가, 퇴사와 관련한 경험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의 구멍을 본인에서부터 사회로 확장시켜나가고 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합니다. 그리고 다 떠나서 내용이 재밌고 얼마간 유익해요.



3.

  저는 사실 이런 장르의 책을 선호하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읽습니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술술 읽히는 책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점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경우 그저 가볍기만한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은행의 수익구조를 짚어냄으로써 현대사회의 경제이면을 들춰내기도 하고, 여러 문학작품에서 주석을 달아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에세이 전반에 걸친 뉘앙스는 손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에세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히 얼마간 자신을 착취하는 사회구조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는 현대사회의 청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고 이를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에 부담을 덜 수 있게끔 해 줄 겁니다. 와중에 글이 루즈해질 즈음이면 위트 있는 일러스트가 실제로 감정 근육을 이완시켜주기도 하고요. 한 곳으로 달려나가던 사람들에게 한번쯤 뒤를 돌아볼 기회가 되어줄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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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스타워즈
가와하라 가즈히사 지음, 권윤경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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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와하라 가즈히사의 <어바웃 스타워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스타워즈에 관한 모든 것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이미 한 작품을 넘어서, 영화사의 이해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지요. 많은 영화에서 일종의 오마주로 다방면에서 활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영화사의 설립이나 배급이나 현대의 시스템 곳곳에 스타워즈는 침범해 있는 것이므로영화에 마음을 둔 사람들은 언젠가는 스타워즈라는 산을 본인의 호/오와 관계없이 넘어야 할 것입니다.저에게도 그랬고요. 저는 어디까지나 리부트 세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줄거리만 알고 있었지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에 향수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이 책은 스타워즈 매니아이자, 영상 관련 직업을 둔 저자가 본인의 애정으로 펴낸 글이므로, 이미 출발점에서 어느 정도의 탁월함을 증보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책은 본문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20년쯤 후에 처음으로 스타워즈를 접할 세대들을 독자로 상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단 저처럼 스타워즈라는 시스템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먼 후에 영화를 전공할 학생들이 일종의 교양으로로서 스타워즈를 이해해야 할 날이 올 텐데 그때 참고할만한 서적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지요. 책은 번역자의 능력인지, 저자의 능력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가독성이 좋은 편입니다. 한번 책을 펼치면 꽤 오랫동안 읽게 돼요. 저만 해도 순식간에 절반을 읽어버린데다가 뜬금없이 스타워즈에 엄청나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서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분명히 묘한 감정을 줄 것입니다.

 

 

3.

 

책은 200여페이지로 짧은 편임에도 사진자료같은 것은 전혀 없고 어디까지나 연표랄지, 활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밀도는 높은 편입니다. 상당히 피로를 느끼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독성을 보여주는 책이라 스타워즈를 애정하는 사람들, 혹은 스타워즈를 애정하고 싶은 사람들, 또 얼마간은 스타워즈를 이해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책으로 보이고요. 애초에 스타워즈 하나를 붙잡고 끝까지 가보자는 식이기 때문에 영화에 관한 다른 어떤 책들과는 별안간 다른 경험을 줄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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