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웅진지식하우스의 신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입니다. 우선 제 경우 책을 병렬식으로 읽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한 일곱 권 정도를 풀어놓고 이것저것 집어서 정신없이 읽는 것입니다. 독서에 정해진 독법 따위는 없는 것이므로. 그리고 그 방식이 제게 잘 맞습니다. 하지만 얼마간의 기준은 있는 편인데 책들도 상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역사서를 읽다가 또 다음에는 소설을 읽다가 깊은 사유를 해야 하는 책을 느긋하게 읽다가 오늘 소개드릴 책처럼 얼마간 가벼운 에세이를 읽곤 하는 것입니다. 



2.

  이미 표지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루즈한 기운이 있는데 어느 페이지를 무작위로 펼쳐도 특유의 느긋함이 텍스트에 녹아 있습니다. 곳곳에 일러스트들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는데 시종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날카롭게 각을 세우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독자 입장에서는 피곤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저자가 우선 본인을 희생하는 문법 체계 내에서 논지를 전개해나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선 저자가 엄청나게 수완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랄지, 베스트셀러를 족족 뽑아내는 저자랄지, 그렇다면 이런 에세이는 설득력이 없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본문에서 밝히고있다시피 우선 저자 본인이 홍익대를 가기 위해 사수를 했던 경험이라던가, 퇴사와 관련한 경험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의 구멍을 본인에서부터 사회로 확장시켜나가고 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합니다. 그리고 다 떠나서 내용이 재밌고 얼마간 유익해요.



3.

  저는 사실 이런 장르의 책을 선호하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읽습니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술술 읽히는 책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점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경우 그저 가볍기만한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은행의 수익구조를 짚어냄으로써 현대사회의 경제이면을 들춰내기도 하고, 여러 문학작품에서 주석을 달아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에세이 전반에 걸친 뉘앙스는 손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에세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히 얼마간 자신을 착취하는 사회구조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는 현대사회의 청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고 이를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에 부담을 덜 수 있게끔 해 줄 겁니다. 와중에 글이 루즈해질 즈음이면 위트 있는 일러스트가 실제로 감정 근육을 이완시켜주기도 하고요. 한 곳으로 달려나가던 사람들에게 한번쯤 뒤를 돌아볼 기회가 되어줄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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