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전두환의 추징금 강제 집행 과정에서 또 다시 여러 가지 미술품이 압류되고 그 가격이 화제가 되었다.

비자금이나 뇌물 수수 사건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가 미술품.

만인이 사랑하고 즐겨야 할 미술품들이 그러한 용도로 자꾸 쓰이는 것은

미술품이 그 환금성에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격이란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 상품은 그 시장이 진입점이 높아 폐쇄적이다.

또한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이 그 수요라는 것이 지극히 기호에 따라 흐르고

공급 또한 지극히 제멋대로이다.

소유 및 보관하기도 쉽지 않으면서도 또한 현금이나 주식 보다 간편하게 작품 하나로 끝나는 편함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초부호의 애호품이 되기도 하며

범죄의 거래물이 되기도 하고 또한 고가이기에 범죄의 대상이 종종 되기도 하는 미술품.

이러한 미술품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소설은 고흐의 말년의 한 작품의 경매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소 싱겁게 한 일본인의 승리로 끝나는 경매.

그리고 갑자기 장면은 전환되어 일본의 여러 군상들,

대개는 빚에 쪼들리고 실패한 인생 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미술품을 다루는 화상이 등장.

 

갑자기 전환된 배경에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뭔가 범죄와 사기와 미술품이 얽히리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그리고 평소에 미술 작품 감상을 매우 좋아하기에

고흐의 가셰의 초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술술 읽어나갔다.

 

영화 종횡사해라든가 오션스 트웰브 를 연상시키는 미술품 훔치기.

그리고 그 준비 과정에 얽힌, 참가자들의 뒷 얘기가 밝혀지면서

앞 부분에 생뚱맞아 보이도록 길게 늘어져 있던 인물들의 스토리가 모두 연결되는 부분은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인 <대회화전>이란 것이 어떻게 개최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자

마치 해피 엔딩의 영화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짧지 않은 작품이지만 재미있고 빠르게 읽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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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즈 예게른 -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15-1916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파올로 코시 지음, 이현경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또 지나가는 것이 역사이며

그 중 대부분이 잊혀지는 것이 순리이지만,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것들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왜곡되지 않고 있었던 그대로 기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신대 할머니들 문제와 같은 것들..

 

2차 대전 중 연합군이 저지른 최대의 만행 중 하나인 드레스덴 폭격이 커트 보네거트의 책

<제5 도살장>에 의해 만천하에 더 알려지게 되었다면,

이 책에 의해 터키의 만행과 부끄러운 역사가 알려졌다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던 아르메니아 인 학살 사건.

 

1차 대전의 혼란스러움을 틈타

터키 안에 살고 있던 아르메니아 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종 청소와 탄압과 학살로

무려 수백만에 달하는 무고한 아르메니아 인이 죽어나간 사건을 이 책은 고발하고 있다.

유태인의 거대한 힘, 그리고 종전 후 경제 성장으로 입김이 세진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

이러한 힘을 지금까지도 아르메니아 인들은 가지지 못했기에

그들의 억울한 역사는 기억되지 못해왔다.

 

이탈리아 출신의 신예 만화가 파올로 코시는 이 슬픈 기억되지 못한 역사를 되살렸다.

먹선과 같은 선과 농담으로, 서양식 그림체를 지닌 독특한 그림으로 그려진 이 역사는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했고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전달되었기에 더욱 생생했다.

 

과연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예에게 지금의 역사는 무엇으로 보상하고 있는가.

터키 사람들에게 '메즈 예게른' (아르메니아 어로 대재앙 이라는 뜻) 이야기를 하면 매우 꺼린다고 한다.

과연 감추고 싶을 만한 광기와 피로 얼룩진 시간이다.

그러나 감춘다고 될 일인가.

이 학살을 주도한 인물의 이름을 딴 거리가 수도 앙카라의 한 켠에 그대로 남아 기념되고 있는 한,

그들은 야스쿠니를 참배하고 있는 섬나라의 꼴통들과 동급이다.

진정으로 기억하고 반성할 때에만 현세가 의미가 있는 것.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한다는 것은

비단 영웅들의 업적만을 기억하고 자랑스러워 함이 아니라,

이런 수치를 반성하고 새겨 반복되지 않도록 함에 있음을 우린 너무 쉽게 잊는다.

때문에 아픈 역사와 전쟁. 그 덧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되는 것이리라.

 

슬프지만 꼭 읽고 마주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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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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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팀이지만, 

내가 아주 좋아하는 모던 락 그룹의 이름이 "Concrete Blonde" 이다.

데뷔 30년이 넘었지만 빌보드 차트에서 19위 까지 올랐던 "Joey"라는 곡 이외에는 대단한 히트곡이 없다.

그러나 매력적인 음색의 보컬이 특색있어 우연찮게 좋아하게 되어버린 그룹.

학창 시절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항상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콘크리트 블론드가 어떤 의미일까.. 하는 것.

콘크리트라는 단어와 블론드라는 단어가 각각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서로 겹쳐져서 만들어 내는 조합의 수는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적 영어에 많이 노출된 지금도 뚜렷한 답은 없다.

 

이러한 이미지를 겹쳐서 읽어야 했던 책.

해리 보슈 시리즈의 세번째 권의 제목 또한 <콘크리트 블론드>이다.

물론 이 책에서의 이 제목의 의미는 명확하다.

콘크리트 속에 매장된 금발 여인의 시체..

끔찍하긴 하지만 보슈의 과거 사건과 연결되어 튀어나오는 미스테리는 약간 몽환적이기도 하다.

이는 앞선 두권의 어두운 색채의 책들(블랙에코, 블랙아이스)과 달리

화사한 금발의 제목이 가지기에는 어찌 보면 역설적인 분위기.

 

베트남 땅굴쥐 출신의 보슈가 계속 어둠 속에서 자신의 성을 쌓는 듯한 생활을 해온데 반하여

사랑과 희망이 담긴 멋진 대사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 희망하고 있었지." 로 끝나는 이 책은,

전편에서도 계속 언급되었던 보슈를 엘리트에서 한직으로 떨어뜨린 사건의 재발로 이루어진다.

'인형사'라 불리웠던 연쇄 살인범에 대한 과잉 치사 혐의 재판을 받게 되는 보슈에게

인형사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며 도전해 온, 돌아온 인형사.

또 다시 안좋은 기억으로 남은 과거와 대면해야 하는 보슈의 생활은 다시 블랙과도 같이 어둡다.

 

그러나 그를 잡아주고 결국 어울리지 않아보이기도 하지만 희망에 차게 한 것은

한 여인의 사랑, 그 여인에 대한 사랑이다.

기분좋은 엔딩으로 다음 시리즈로 넘어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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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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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람 스토커의 기념비적인 작품 이래로,
헐리우드의 수 많은 영상들까지 해서도 모자랐는지
아직도 뱀파이어물들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음침한 성에서의 박쥐 형상과 송곳니로 대표되었던 이미지는
최근 몇년 동안 전세계 젊은 여학생과 여성들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인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젊고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오히려 사랑의 대상으로의 위치까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장 원류의 뱀파이어 전설,
즉 루마니아의 드라큘 백작 이야기 또한 숱한 변주들 틈에서
끝없이 재해석되고 반복되어
마치 이야기 그 자체 속의 드라큘라와 같이 영원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세상을 뜬,
남미 문학의 거장 카를로스 푸옌테스 또한 그의 작품집 한켠에
남미로 건너 온 드라큘의 이야기를 중편으로 남겨놓았고
이색적인 표지와 함께 번역되었다.
 
지적이고 실험성 짙은 소설을 써왔던 그가 남겨놓은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다.
 
언제나 드라큘라 이야기의 한 축이던 에로티시즘은
주인공과 아내의 밤으로 압축되지만 드러나지 않으며,
주인공의 독백 이외에, 일상적인 모습의 묘사에 보이지 않기에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럽이 아닌 라틴 아메리카의 직장에서 군림하는 절대 권력의 사장의 존재가
소설 전반부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며 이전과 다른 차별적 분위기를 만든다.
 
유럽에서 넘어오는 수수께끼의 귀족의 괴상한 요구가
주인공 가족의 일상에 얽히면서 이야기를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결국 파멸로 치달을 줄 알면서도
그 과정이 과연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가 궁금하여 멈추지 못하고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과 반전에 약간은 멍해진 채로,
마지막으로 던져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에 의아해 하면서,
과연 나바로가 본 것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경악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갑자기 책은 툭 끝나버린다.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메시지는 많은 생각을 요한다.

나바로, 아순시온, 블라드, 그리고 수리나가 등이 선택한 인생의 한 선택점과

그것이 초래한 결과들은 그 인과를 따라잡기에 책은 너무 얇다.

단지 작가가 힌트로 남겨놓고, 원래 가지고 있는 드라큘라 전설의 배경 지식을 통해 맞추다 보면

수백년을 살아왔을 블라드가

또 몇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인생의 자국을 남겨놓았음을 알게 되고,

또한 그 자국을 그들이 원하고 선택했음을 깨닫는다.

 

결국 영생의 뱀파이어의 모습과 굴레는

비록 필멸일지라도 반복되어 재생되는 인간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적인 생각처럼 먹이와 포식자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얽힌 관계와 업, 상호적인 관계가 인간과 블라드 사이에 존재하며

블라드 역시 그 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자인지라,

자신의 테두리로 들어오든지, 아니면 영원히 연이 닿지 않도록 사라지든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지만 쉽지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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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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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년 전 우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의 존재를 어느 한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된 후,

그 길에 반해 그곳을 걸은 이들의 기록을 종종 찾아읽곤 한다.

이젠 상당히 많이 알려져 책도 상당히 많고,

내 주변에도 이곳을 완주하고 온 이도 생겨났다.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걷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시간적, 경제적,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바

그곳을 걸었던 사람사람 마다 사연과 이야기 거리가 많을 터.

굳이 기록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다만 책이 많아지니 그 중에는 그다지 읽을 만하지 않은 글도 많아

요즘은 좀 뜸했던 차인데

이 저자의 책 세권을 집은 것은 개중 좀 특이해서다.

화가라는 직업 상 사진 뿐 아니라 직접 그린 여러 그림으로 감상을 표현했다는 점,

한번 다녀온 것이 아니라 세번이나, 그것도 계절을 달리 하여 다양한 모습을 체험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게 됐다.

 

몰랐던 사실인데

저자는 한국 사람 중에는 이 길을 상당히 이른 시기에 걸었던 사람이고

그를 기록으로 남겨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보고 이 길에 올랐다고 한다.

아닌 듯 긴 듯 그는 이 사실에 수줍어 하는 듯 하나, 또 자부심은 엄청 강하게 보인다.

세번에 걸쳐 그가 이 길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외로움과 사람.. 당연한 일일 진데

그의 글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고 그의 감상은 그렇게 감성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역시 프로의 솜씨.

그의 스케치는 그가 글로 풀어내지 못한 많은 것을 한장으로 다 보여줄 때가 많다.

 

그가 겪은 일들이나 글에서 알게 되는 사실들 보다

오히려 감성적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간 그림들은

아마도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들을 전달한다.

세번째 책의 봄 풍경의 아마폴라는 너무도 맘에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에서

메인 테마 중의 하나인 곡명이 바로 Amapola.

처연하고 붉게 흐드러진 들꽃의 모습이,

주로 여름에 이 길을 걸었던 이들의 책에서 보지 못했던 산티아고 길의 다른 모습을 보게 한다.

 

저자가 마지막 남은 계절인 가을 길을 걷고 책을 낸다면

난 또 그 책을 읽을까?

 

음.....

maybe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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