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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 ㅣ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중의 하나.
<불야성> 시리즈의 새롭게 제대로 번역되어 출간된 첫편을 만난 건 2012년 여름이었다.
아, 일본에도 이런 책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박력있는 문체와 사건 구성과 묘사도 충격이었지만
신주쿠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일본인이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이 메인인 설정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다.
도쿄에서도 가장 번화하여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의 거리인 신주쿠 한복판.
가부키초의 암흑 세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이주민들.
일본 야쿠자와 한국인을 제외하고 그 중에서 중국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애초에 중국계나 한국계가 일본에 이주하게 된 역사적 배경 자체가
정치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기에 그들의 현재 모습 또한 어둡다.
대륙계와 대만계, 그리고 홍콩으로 나뉘고
더 나아가 푸젠과 광둥 등 대륙에서도 출신 지역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뉘어 패거리지어 있다.
다른 나라에 얹혀 살아가야 했던 역사의 아픔을 딛고,
자신들 나름 대로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는 구세대와
이제는 생존이 목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 된 현대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보고 부나방처럼 모이며
이전의 룰도 없는 신흥 세력.
그 혼돈의 시대에서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사내가 있다.
반반, 혼혈, 트기, 하프.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나 이쪽도 저쪽도 아니기에 속할 곳이 없이
외로운 개처럼 눈치 하나로 살아남아야 하는 남자.
1편은 그가 어떻게 가슴 속에 아픔을 새기고
그 아픔을 토대로 개에서 삵으로 변신해 나가는 과정이다.
계속 화자를 바꾸어 진행되는 2편과 3편 역시
그와 비슷한 외로운 이들. 속할 곳 없는 사내들과 이 사내의 얽힌 이야기이며
언제나 그 가운데에는 한 여자의 죽음이 있다.
이 비정미는 서구의 하드보일드와는 또 다른 처연함이 있다.
독자를 마력처럼 빨이들이는..
1편을 다 읽고 얼마 후 도착했던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 한복판에 있었던 호텔 창문으로 보였던 건물들의 옥상에는
중국기와 대만기가 섞여서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흥청거리지만
밤에는 어둠이 접수하여 인적이 끊겼던 그 거리에서
마치 우리 나라처럼 건널 수 없는 단절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의 모습이
이 시리즈들의 주인공들처럼, 건너갈 수 없는 비정한 분열과 닮았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