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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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를 오롯하게 증언할 수 있는 분들이 이제 몇 남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되나, 역사란 절대적인 정당성과 진실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후세에 그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평가와 잣대에 따라

이리저리 그 해석과 평가가 바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역사의 현장에서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이에게 직접 채록하고

그 평가와 해석에 대해 직접 토론하고 공부함으로써

비교적 더 진실한 정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러한 인물의 자서전은 꽤 중요한 책이 된다.

한해의 두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었던 해가 있다.

정작 사라졌어야 할 인물들은 살아있되, 아직 할일이 조금은 더 있어 보이는 분들이 먼저 세상을 등졌다.

그중 한명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위의 조건에 해당되는 인물로,

그의 생전에 준비되어 출간된 이 자서전은

대한민국사에 남을 정치가로서 그의 속마음과 느낌과 해석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중요한 책으로 찬찬히 읽었다.

더군다나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르게 되고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권리와 계급에 대한 의식이 날카로워져 있는 요즘에 들어서는

이전의 정치가 어떠했고, 또 지금의 현실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보여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기에

1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절반의 성공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포 아래 작은 섬에서 태어나 사업가로서, 언론사주로서 기틀을 닦고 정치에 입문.

그 당시에도 전란 등을 겪으며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는 어찌보면 천운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계속되는 독재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계속 가고자 했었던 그.

물론 정치란 것의 속성 상 분명히 많은 타협의 과정이 있었겠지만

그 와중에도 변절이라 할 만큼의 신념의 변절은 없어보인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 독재 정권에 가장 크게 맞서

유일한 대항마로 성장한 그를 암살하거나 납치하려는 시도 등과

부정 선거에 대항하는 투쟁가로서의 그의 모습은,

궁금했었던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오랜 군사 정권 시절의 거의 유일한 (변절한 김영삼을 제외하여) 야당의 정통성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 왔는지에 대해 그 지도자를 통해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왔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은

그가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고 각종 정책을 펼쳤던 대통령 당선 이후가 될 것이다.

외환 위기 속의 5년의 정책.

그리고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 정책의 결과에 이어

최악의 정부가 될 현 정부까지 이어진 흐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그의 정책에 대해서

그는 속시원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대북 문제로 햇볕 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었고

그 결과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였으나,

외국의 단체가 주는 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세계 정세의 흐름에 따라, 특히 미국의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인 부시 당선이라는 변수로

그 많은 의미가 흔들렸음을 역설하기 이전에

그가 그토록 관심을 가졌고 고민했던 대북 정책과 함께

외환 위기 속에 펼쳤던 위기 극복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결과에 대한

분석이 이 책에는 필요했다.

고통의 수반 없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하기에

그와 노무현 정부에서 펼쳐졌던 많은 자유주의적 흐름은

결국 MB라는 괴물을 낳아 지금 서민들의 삶을 최악으로 끌고 있지 않은가.

또한 그가 중용했었던 인물들은 아직도 야권에 남아

그 잔존을 청산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치 담론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반성하고 해를 조금이나마 제시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인간적인 부분은 그의 동반자로 있었던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정 이외에 크게 드러내지 않음은

짧지 않은 삶을 자신과 가정 보다 나라와 정치에 바쳤던 이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것이 행복한 삶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그 삶을 살았고

그는 마땅히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전보다 더욱 정치가 중요하게 인식되어 가는 시점에,

그 인식에 대한 배경을 갖기 위해서 한번쯤 읽어두어야 할 책으로 생각된다.

또 다시 5년 전의 오판을 저질러서는 안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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