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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0
마커스 세이키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The Blade Itself" ,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라는 멋진 제목의 책.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은
거친 동네에서 태어나 결국 자신을 스스로 상처입힐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도시 빈민의 모습, 즉 에번의 삶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그러한 삶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소시민의 삶을 살 수 있는 위치로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그 관계를 완전히 끊지 못하고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선택의 위치에 서 있음으로써,
마치 칼날 위에서 이쪽과 저쪽 양쪽을 바라보며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게 위태롭게 서 있으며
상처받는 대니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책 뒷편에 실린, 역자의 상세한 설명을 보면
시카고라는 거대 도시가 걸어온 도시 빈민가 개발의 역사와
그 역사의 결과물로서 이민자들이 어떠하게 변화하고 그들의 현재 삶이 어떤 식으로 꾸려지게 되었는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이 책의 주요 인물인 대니와 에번,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그렇게 허구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되며
그간 많은 영화 속에서 보았던 시카고의 모습이 새삼 다르게 보인다.
과거 철없고 거침없던 시기에 큰 잘못을 범했으나 요행히 넘어가고,
현재는 평범하고 건실한 삶을 사는 이 앞에,
모든 죄를 혼자서 들고 교도소에 갔다가 돌아온 옛 친구.
과거의 '빚'이라 할 수 있는 업보 때문에 현재의 모든 것이 무너질까 염려하여
결국 그 친구의 요구로 다시 한번 암흑 세계로 가야 하는지의 갈등.
그 와중에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과의 사건들..
어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저자인 마커스 세이키는 좋은 처녀작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을 들여 이 작품을 구상하고 다듬었음을 보여준다.
구성은 탄탄하고 설득력있고, 지루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 소재가 가장 지향하는 서스펜스가 계속 죽지 않고 이어져
다음 장면을 향하여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상처입히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칼날을 꺼내지 않음에 있을 것.
그렇지만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벼려진 환경에 처해져 있을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하며 자신을 지킬 것인가.
그것은 현대 도시 문제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자신과 애인을 지켜낸 대니의 앞으로의 삶은 과연 양날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