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간된 <선방일기>를 만나다. 오래전 출간되었다가 절판 후 복간 등을 거듭했던 이 책이 저작권 등의 문제를 어찌어찌 해결해서 나온 게 참 반갑다. 하안거와 동안거라는 이름으로 여름과 겨울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선방의 모습을 이러저러한 일화와 함께 소소하게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크리스트 교에 비해 비교적 덜 대중화된 불교 선승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깨우침과 뉘우침, 그리고 아직 속화된 모습을 다 떨치지 못한 수행승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속세에 남겨둔 채 선방에 든 스님들의 사정은 알 수 없으되, 그들의 목표는 다들 깨달음을 얻는 것에 있으리라. 그에 도달하는 방법은 그들의 사연이 다르듯 저마다 또한 다른 방법을 택할 텐데.. 문을 폐하고 겨울을 함께 나며 그 방법에 따라 수련하는 그들의 모습은 자뭇 엄숙하기도 하면서도 아직은 성불하지 않은 인간인지라 재미있는 인간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익숙치 않은 한자들로 된 불교 용어들은, 글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그 뜻이 들어오고 저자인 지허 스님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자그맣지만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기에 거의 40년 전에 쓰여지고 저자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이 작은 소책이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