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중국 전문가로, 그의 책 또한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로베르트 반 홀릭의 중세 중국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인 디 런지에 시리즈. 실제 중국 역사 기록에 있었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미스테리를 구성하는 것도 제법 신기한 시도인데, 그것이 서양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더욱 이채롭다. 이 작품에는 크게 세 가지의 사건이 동시에 얽혀 돌아간다. 고을의 수령으로서 각종 민형사 사건과 마을 살림살이를 모두 처리해야 했던 당시의 판관에게는 이렇듯 한번에 여러 사건을 동시에 해결해야 했던 일은 다반사라고 한다. 한 여염집 처녀의 강간 치사 사건은 의외로 단순했으나, 사찰의 의혹과 거대한 부를 이용한 한 인물의 오래된 악행을 자백받아 해결하는 사건은 그 접근이 매우 어려워 어떻게 사건이 진행될지 보는 재미가 의외로 매우 쏠쏠하다. 더군다나 저자가 그 사건들을 역사에서 끄집어 낸 이유가 유교 사회에서의 불교 사찰의 미묘한 위치라든가, 당시의 사회상과 법 체계 등에서 대해서 소설을 통해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단순한 재미이외에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용도로도 읽힐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디 공 이외의 그의 수하에 있는 다양한 인물군, 즉 마중이라든가 타오간 등의 활약상을 보는 것은 내가 어렸을 적 TV에서 즐겨보던 어사 박문수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한 명의 유능한 관리 또는 수령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는 없는 법. 이를 보좌하는 인물들과의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통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