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릴러와 미스테리의 장르 구분을

누가 했는가? 와 어떻게 했는가? 로 해본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스릴러이다.

주인공인 버크가 어떻게 하여 연속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의 심리 상태는 어땠는지를 묘사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끝이 나지 않았지만,

벌써 십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미국에서는 당연하게도

가장 편안하고 쉬운 방법인, 광범위한 정리 해고가 이루어지고 있고

주인공인 버크는 그 수백만 희생자 중의 한 명이다.

 

한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일한 전문가로서의 자존심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모두 무너지는,

50년이 넘게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망감 속에서

버크는 심리적으로 망가지고 여느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망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방법론이 살인이지만,

그의 엽기적인 행각에 일면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가 처한 상황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 거의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샐러리맨으로서 거대한 자본주의의 틀 가운데서

하나의 부속으로 느껴지는 박탈감 속에 하루를 보낼 때가 많은 만큼,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만큼,

그가 택한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더라도 그의 처지와 상실감은 이해할 수 있다.

 

독자를 이러한 아이러니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저자의 노련한 필력 때문일 텐데,

그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 몸서리치면서 때로 아픔을 느끼며 버크의 행적을 따라가게 되고,

그를 응원해야 할지, 그가 응분의 대가를 치루도록 바래야 할지 헛갈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하여 결말에 이르렀을 때 작가가 제시한 결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는 조금 생각해 볼 여운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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