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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비록 '서양' 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뭉뚱그려져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북미와 유럽의 문화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주로 미국 문화만을 접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역시 크라임 스릴러 소설 같은 것도
주로 미국의 그것을 접하게 되는데,
가끔씩 소개되었던 유럽의 작품을 보면
배경은 당연하고 인물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 패턴 등등이 역시 어딘가 모르게 차이가 난다.
다양성의 확보 측면에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장르의 책이 출간되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기쁘고 환영할 만한 일인데,
최근에는 장르 문학 출판에서 북미 권의 책 이외에
유럽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이 예년에 비해 쏟아지고 있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스웨덴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문학과 함께
몇몇 책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독일 문학권의 스릴러가 하나 둘씩 들어오고 있는데
제바스티안 피체크란 작가도 그 나라에서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최근에 소개된 작가이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의 스튜디오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그 과정을 생중계하는 인물과 협상 전문가인 주인공의 대화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밝혀지는 과정이다.
실상, 협상 내용은 중요하지 않은데 그것은 인질극을 벌이는 인물이
심리 상담 의사로서 협상가 못지 않은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요구하는 약혼녀를 둘러싼 음모와 함께 작품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협상가 이라의, 딸의 자살에 얽힌 아픔과 슬픔을 끄집어 내어 대면시키는 이야기를
이 얀이란 인물이 담당한다.
수수께끼의 약혼녀와 그의 실종에 관한 플롯은 단순하여 작품의 3분의 2쯤을 읽었을 때는
대충 트릭과 반전이 보이고, 인질극 역시 중반 이후부터는 그 긴장감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자살과 사랑으로 어우러지는 아픔과 고통을 내면으로부터 끌어내어
그 애잔함이 작품 전면에 흐르는 심리적 스릴러라는 특이한 분위기는,
이전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드물게 보는 맛이 있다.
작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 나와 그 사실성을 더하는 이 특이한 점이,
피체크의 작품을 스릴러 팬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만 하게 만드는 듯.
맘에 드는 작가가 나타나면 그 작가의 책은 전부 읽는 전작주의적 독서를 하는 나로서는,
이 작가를 계속 읽을지 말지에 대한 평가는 이 한 작품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
다른 책이 출간된 것이 있으니 그 책을 이후로 평가를 유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은 후, 개인적 의견에 따라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