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 여섯 개의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
테드 코노버 지음, 박혜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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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단어는 얼마나 매혹적인 단어인가.

비단 어느 한곳에서 다른 곳을 연결하는, 물리적인 길만 보더라도

그 길을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고

인류를 그것을 통하여 문화라는 것을 만들었고 사회라는 것을 건설할 수 있었으며

결국 문명을 이룩했다.

 

그런 의미 이외에도 '길'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함, 즉 커뮤니케이션을 뜻할 수도 있으니

사회적 동물, 혹은 교감적 동물로서의 인간을 상정한다면

인간을 정의함에 있어 길이란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다.

 

또한 한자의 '道'를 떠올려 본다면 길이란 그 위를 가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인간으로서 가야할 규범, 이치 등을 동양에서는 상정하며

따라서 어떤 진리와 가까운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복잡한 이런저런 것을 다 떠나서 그저 길이란 단어가 주는

그 여행, 떠남 등의 이미지와 어우러진 낭만.. 혹은 고달픔 등등을 생각해 봐도 좋겠다.

 

이렇듯 다층적 의미를 가진 길을 해석해 보고 공부한다는 것은

실로 그 의미만큼이나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역사적, 문학적, 물질적, 종교적, 철학적.. 등등 어떤 방법도 그 접근 방식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인 테드는 그 중 하나의 방법,

즉 그 길 위를 직접 다녀보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선택한 여섯 개의 길은 각각 현재 지구의 다양한 곳에서

인간이 무리지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한 어떠한 사회 현상과 묶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길 위를 직접 걸으면서 느끼고 생각해 보는 본격 로드 스터디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현대 인류의 사회 양상 중에서 여섯 가지를 꼽아낸다.

욕망, 변화, 위험, 증오, 번영, 혼돈.

각각의 양상을 드러내는 길을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거쳐보는 여정의 소개로 이 책은 진행된다.

 

욕망의 길은 사치품인 마호가니의 불법 벌채와 이동의 길인 페루.

변화의 길은 오지 마을의 길인 인도의 잔스카르.

위험의 길은 에이즈의 발상과 전이의 길인 케냐.

증오의 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웨스트뱅크.

번영의 길은 한창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고속도로.

혼돈의 길은 질서가 없어 보이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어떤 해석을 시도하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통해 설득하려 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저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로서 그 길을 따라, 그 길 위에 있는 이들과 여행하고

그 여정을 서술한다.

그럼으로써 그가 달아놓은 저 양상들을 독자들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저 길들은 아마도 가장 다난한 길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 한 사람사람의 인생이 모두 사연이 있고 가치 있듯히

그 삶이 만나 어우러지는 어떤 길이라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읽어볼 만 하리라.

하지만 저 길들은 아주 극적인 길들 임에는 틀림없다.

일상적인 현대인이 매일 마주하는 아침 저녁의 길의 일반적 양상과는 매우 다르므로.

물론 그 길 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겠지만..

 

저 길들을 보고 느끼며,

나의 출퇴근 길. 나의 일상. 그리고 내 도리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고 내가 살아갈 길은 어떤 것인지..

 

저 길들의 모습이 매우 힘들어 보임에도, 그리고 증오와 혼돈, 욕망 등의

부정적인 모습이 현대인의 힘든 삶 만큼 많이 드러남에도,

저자는 결코 절망을 보고 있지는 않다.

나의 길 또한 절망 보다 희망으로.. 닦아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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