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켠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하자, 옛 생각이 떠올랐다. 벌써 몇년 전.. 입사한지 얼마 안 되어 정신없이 일하는 초짜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같은 회사에 다니는 과 후배에게서 전화를 받았었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하나의 부음.. 담배를 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이러저러한 일 때문에 결국 가 뵙지도 못했던 죄송함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었었는데 책장에 조용히 꽂혀 있던 책을 보고, 새삼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표제인 불나비처럼.. 수백번 수천번 불렀던 과가인 불나비를 너무도 사랑하셨던 선생님. 부나비가 맞는 표현이겠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격함에 과의 상징이 되었던 '惡'이란 단어와 투쟁가인 불나비를 다른 선생님들은 탐탁치 않아 하신 분들도 있었으나 김진균 선생님은 너무도 좋아하셨고, 간혹 과 행사에서 학생들이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너무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인자한 웃음을 짓고 계신 모습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표정 이외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미소 이면에는 언제나 이 사회의 부조리를 부수고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운동의 타당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시고, 만인을 헤아리는 아픔이 있으셨던 것 같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진보넷에 연재하셨던 칼럼들을 모은 이 책의 여러 글들에도 선생님의 그러한 모습은 드러난다. 투쟁의 옛 이야기. 민중들의 따뜻한 살아가는 이야기.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 먼 길 가시고도 많은 이야기들을 실로 들려주시고 계시지 않은가 싶다. 과 친구들을 모아,, 소주잔 기울이다가 목청껏 불나비를 다시 부르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