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나 인상적인 표지가 아니었다, 처음 내 눈을 끌었던 것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다름 아닌 제목이었다.

'~의 전쟁' 이라는 어구는 필연적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단어는 그 사전적 의미에서

개인 레벨이 아닌, 일정 이상의 단체 또는 조직, 국가 간의 전투들의 모음 등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의' 라는 표현을 통하여 일정한 개인 정도의 작은 레벨로 치환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전쟁의 의미가 아닌 뭔가 특정한 의미가 담겨진 새로운 의미가 담겨진 양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하트는 어떤 의미로, 누구와 전쟁을 펼쳐 갔을 것인지.. 궁금해 하며 책을 열였다.

 

2차 대전 중의 연합군 포로 수용소.

그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에 대해 우연히 변호를 맡게 된 하트.

그가 풀어내어야 할 사건의 변호가 그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그 전쟁은 너무나도 힘에 부칠 수 밖에 없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포로라는 신분이 줄 수 밖에 없는 많은 제약.

아직까지는 완연한 인종적 편견.

계속하여 조작되는 증거 등 끊임없는 방해.

협조자의 사라짐.

한정된 시간..

거기에 피고마저 협조적이지 않다..

 

도대체 무엇 하나 제대로 풀려가는 일이 없는 가운데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하트의 투쟁.

단순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였다면 전쟁이 아닌 전투로 그쳤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로지 '진실'만을 향한 일념으로

협박 또는 유혹에 굴하지 않고 전쟁 중의 많은 군인이 그러했든 신념에 살았기에 이것은 전쟁이 되었다.

그가 포로가 되었던 그 폭격기 안에서 풀지 못했던 '왜' 라는 질문,

혹은 어떤 질문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의문 속에 보내던 나날 속에서

그는 계속 살아가야 하는, 그리고 또 한 사람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숱한 역경을 이겨나가는 전쟁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수용소 안의 삶과 개개인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와

무엇보다 훌륭한 미스테리 소설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게 만드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살인범에 대한 추리.

그리고 마지막 엔딩과 에필로그의 감동까지..

700페이지의 분량이 오히려 아깝게 느껴지는 소설.

 

작가 자신의 아버지 등 주변인을 모티프로 한 인물들과 치밀한 조사 끝에 재구성한 사적 배경과

훌륭한 플롯과 구성력이 만나 독자를 즐겁게 하는 소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