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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범 ㅣ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 1
리자 마르클룬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간만에 매우 스피드 있게 읽은 책.
상당한 분량이지만 금새 읽어내릴 수 있었다.
이러한 속도감은 주인공의 '기자'라는 직업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의 진상과 본질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어
특종을 터뜨리고자 하는 것이 기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쟁지들과의 경쟁과,
제보자들과의 수 싸움,
기사거리에 대한 판단,
글의 대상자가 되는 사건과 사람들의 사생활에 대한 고려,
시간과 체력, 글발 등과 씨름하면서 분초를 다투면서 일하는 기자.
그러한 기자의 한 사람인 안니카의 하루에 거대한 폭파 사건이 나타나게 되고
유력 일간지의 팀장으로서 그 사건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그녀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신문사의 일상을 접하게 되어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조직 내에서의 스트레스와 일하는 방식 등을 접하게 되는데 이 역시 매우 흥미롭다.
매일매일 많은 지면을 사람들이 읽을 만한 거리로 채워 아침, 저녁으로 내야 하는 신문사의 일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자들의 세계는 상당히 활동적이면서도 폐쇄적이고 마초적일 때도 있다.
그 세계에서 젊은 팀장으로서 선배들과 부딪치며 일해야 하고
더군다나 여기자라는 또 다른 약점 아닌 약점을 가지고 움직여야만 하는 안니카의 모습은
절로 응원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감정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안니카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도록 돕는다.
단순히 수퍼 우먼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바쁜 직장을 가지고 있어 가사와 육아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고
때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힘에 부쳐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의 감성을 유지한 채 사건에 접근하는 안니카는
다른 기자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데,
폭발 사건의 첫 희생자인 크리스티나 푸르하게 올림픽 조직 위원장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과 사회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푸르하게를 알아보려 하며 그녀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연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려 한다.
결국 그리하여 점점 더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유럽하면 떠오르는 키크고 금발에 파란 눈의, 약간은 차가워보이는 인상의 사람들과
깨끗하고 정리되어 있으면서도 추운 느낌의 도시의 이미지.
그런 이미지와 닮은 똑 부러지고 냉정한 느낌의 장면과 챕터들은
스웨덴 소설다운 느낌이랄까,, 하는 것을 갖게 해주지만
오히려 추움에 익숙한 것보다 따뜻함과 햇살을 그리워하는 그네들 답게
푸르하게의 죽음 이면에서 때로 아프고 때로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사건과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미가 이 책이 그토록 인기있도록 만들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휴머니즘은 만국 공통의 언어이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역 만리 우리 나라에서도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거대한 담론과 음모론, 테러보다는
결국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던 범죄자와 희생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기자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