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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소년 신문에 연재되었던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실 어릴 때에 읽는 만화란 그저 명랑 만화가 가장 즐겁기 마련인데
글씨만 빼곡하고 또한 그 내용이 어려웠던 터라 실망했었던 기억이다.
몇 년 뒤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 집에서 단행본으로 다시 이 만화를 만났을 때에는 놀랍기 짝이 없었다.
세계사 과목에서 단순 암기식으로 엄청 재미없게 외우고만 있었던 유럽의 역사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이되어 인과 관계로 설명될 수 있다니..
세계사 과목은 단박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다시 몇년 뒤 대학에서 세계사 관련 과목을 여럿 수강하며 공부한 뒤 다시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사적 팩트 뒤에 나타난 현대의 그 나라 모습과 국민성이 더욱 흥미로웠다.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고 지금도 공부해 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며
대개는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이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사적 사건들과 사상을 통해 현재로 이어지고 만들어진
그 문화와 생각과 사람들..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 방법을 처음에 내게 제공했고 지금도 제공해 주고 있는 이 시리즈는
내게 가장 중요한 책중의 하나인 것이다.
나이가 좀더 들어 실제로 여행을 다니게 되면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 좀더 경험하고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가치관과 문화, 삶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시리즈에 있었던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읽고 있다.
유럽의 여섯 나라 이외에 우리나라, 일본, 미국에 이어 최근 중국 편까지 계속 하여 출간되고 있는 이 시리즈는,
나에게는 계속 읽어 나가야 할 숙제가 되었다.
이런 시리즈의 저자인 이원복 교수의 인터뷰집이 바로 이 책.
알마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동시대 인들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 중 하나인데
전문 인터뷰어가 아닌 만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또 한명이 동업자이자 후배로서 인터뷰한 내용과
그 저자가 쓴 만화론과 이원복론을 함께 담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터뷰어가 아닌 이가 작성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통적 인터뷰집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원복의 작품중 대표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등장하는 나라들에 대해
좀더 내용을 짚어보는 것과
그 외에 내용을 저자가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쉽다.
시대와 문화를 읽기 위해 역사와 사람을 통한다면
사람을 읽기 위해선 그 사람의 여러 가지를 통해야 하는데
약간의 사적 히스토리와 만화론을 제외하고는 이원복이라는 사람과 생각을 읽기에는 내용이 없고
오직 <먼나라 이웃나라> 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춰진 인터뷰인 것이 아쉬운 점.
그러나, 나와 같이 이 시리즈에 욕심을 가지면서 그 내용과 배경을 계속하여 파고 들어 보고 싶어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양 만화로서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다루지 못한
보다 심도 있고 광범위한 내용을 공부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하나의 징검다리로서 해설집의 역할은 할 수 있는 책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