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인기 시리즈 링컨 라임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이 시리즈의 여러 장점 중의 하나는 마치 레이싱 카를 탄 듯한 속도감이다.

이 작품에서도 어디로 갈 수 없는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첫 장면은 숨을 돌릴 틈 없는 묘사로

독자가 따라가기도 벅찰 만큼의 속도감과 긴박감을 보여준다.

초반부 수십 페이지를 가쁘게 읽고서야 겨우 한숨 돌리고 링컨과 아멜리아를 다시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다.

 

아이러니칼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속도감은 주인공인 링컨이 몸을 꼼짝할 수 없음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저 좁은 공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은, 침대와 휠체어 위에서 극히 제한적인 움직임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의 주인공.

그가 오로지 증거와 추리로 펼치는 생각과 추격은 오히려 몸과 행동으로 움직이는 하드보일드의 주인공들보다 더 빠르다.

사고의 속도가 행동을 앞지르는 것.

링컨의 파트너인 아멜리아 역시 빠른 운전과 행동력으로 링컨의 약점을 보충하지만

본인 또한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와 지병으로 인한 제약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제약을 넘은 두 사람의 교감과 믿음, 그리고 충실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어둠 속에 숨어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속도를 따라잡아 결국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며 장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느 작품도 넘보지 못할 치밀한 법의학 추리 기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시리즈는 중국 불법 이민자와 살인자를 다루면서

디버 나름대로의 중국 혹은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와 철학을 담으려고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중국 형사라는 나름 매력적인 인물을 등장시키며, 그리고 링컨이 그에게 경의를 표함으로써

작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복잡한 인생사와 이런 스릴러 작품에서 쫓는자와 쫓기는자의 싸움이 비슷하듯,

동양 철학에서 그리고 이 작품의 각 장에 두언으로 등장하는 바둑도 비슷하다.

하나가 있으면 또 하나가 있고, 검은 돌이 있으면 흰 돌이 있고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그러한 이면 하나하나를 지고 사는 것이 인생이고 관계인 점을 중국인 특유의 가족관과 현대사,

여러 가지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 보이는 작품이었다.

등장 인물 조차도 이전 작품에서 잘 쓰지 않았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그 캐릭터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으로 볼 때

디버가 이 작품에는 뭔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해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음을 느끼게 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개념이 익숙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이해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중(中)과 화(和)를 중시하는 동양 철학대로의 심적 양상으로 맺어지는 결말이 좋았다.

이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얼른 잡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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