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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이야기 - 가족이 함께 보는 동화 3
오라시오 실베스트레 키로가 지음, 안금영 옮김 / 사람과책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몇몇 단편 모음집에서 접할 수 있었던 라틴 아메리카의 중요한 작가인 키로가의 동화책이라 할 수 있는 책.
책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이 순전히 라틴 문학 수집 차원에서 구해놓았던 책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밀림의 이야기라는 제목 답게 남아메리카의 일림 속에 사는 여러 동물들이 나오는 일종의 우화적 동화들이다.
그러나 우화라고 해서 이솝 이야기 류의 교훈적인 내용이지도 않고
동화라고 해서 마냥 동심의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아름다운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우리가 '밀림'이라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생각하면 떠올리듯이,
허영에 빠져 서로를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지켜주기도 하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하며, 속이기도 한다.
마치 인간 세계가 그러하듯이 이렇게 살아가면서 삶이란 이러한 양상들이 얽혀서 반복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나의 생태계가 유지되면서 굴러가는 것은
이러한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도 하나의 질서와 법칙이 깨지지 않고 모두가 그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인데
그것은 '함께 살아가기' 라는 법칙이다.
어찌되었던 더불어 함께 커다란 밀림이라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세계가 유지되고 모두가 함께 지내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각 에피소드의 결말은 결국 각각의 고단하거나 행복한 삶들이 모여
밀림이라는 세계, 혹은 세상을 구성하고 있음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이 좋았다.
마냥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는 것도 아니고,
시니컬하고 우울한 것으로 비판하는 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미잇는 에피소드와 그에 맞는 동물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관계들을 반추해 볼 수 있도록 한 점.
키로가 라는 작가가 왜 대단한 작가인지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새해 벽두부터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보석같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