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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생태 - 우리시대 철학적 지성의 예술미학 강의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박이문 선생의 글을 읽다.
대학에 다니고 있었을 때 접했던 박이문 선생의 글은,
그 길이가 길든 짧든 꽉 짜여져 있어 어느 문단 하나 빼놓을 수 없게 촘촘히 배열되어 있어
인문학 글이 흔히 그러한 만연체가 전혀 없이 기름기 빠진 글들이었다.
그 내용 또한 오랜 연구 끝에 따박따박 세상에 내어 놓는 이론들이기에
비록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찬찬히 읽어둘 만한 내용들이었다.
미학과 예술 철학이란 학문은 내가 오병남 선생과 조지 딕키 등의 글을 통해 복학생 시절에 접하기 시작하며,
급격히 관심을 보이며 한때 열심히 읽었던 분야인데,
근간에는 그 철학적 논의로 들어가기 보다 그저 그 밖의 예술사 쪽으로 맴돌고 있어서
오랜만에 접하는 미학 책을 어찌 읽을지 나 스스로도 궁금했던 책.
이제 팔순이 다 된 노학자의 정열은 아직도 타고 있어
그가 세상에 새로 내놓은 책은 예술학의 현재 시점에서의 귀결이 생태주의적으로 환원되어
이원론적 합리주의가 만들어 놓은 현재의 이 문제있는 세상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모든 것들이 해체되어 버린 이후의 예술이 어떻게
그 존재적 가치를 회복하고 그 근원적 의무를 다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제까지 있었던 예술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은 그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그 근원적 가치와 의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뒤샹이나 홀의 작품에서 나타났듯이 이전까지의 예술론에 '종말'을 고하고
새롭게 끝없이 자기 혁신적으로 재탄생하는 예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며
이를 양상적으로 정의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상을 필연적으로 왜곡하는 언어를 가지고,
본질적인 그 무엇을 언어로서 표현해야 하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 예술은,
근대주의 사상을 지탱하고 있었던 합리성의 개념과 배치되며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내재되고 합일된 개념을 필요로 한다.
박이문 선생은 이러한 개념을 아시아 철학의 생태학적 합리성에서 찾고자 한다.
전일적이고 상대적이며 포괄적인 합리성을 내재한 아시아 철학적 개념으로써
새롭게 정의된 합리성을 가지고 예술을 바라볼 때에
비로소 예술은 자기 해체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변혁적이고 혁신적인 창조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며
이것이 근대적 사고로 인하여 발생된 현대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단초가 될 수 있을,
예술의 역활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 역설한다.
노학자의 필생의 연구 과정에서 도달한 과정 속의 이 연구는
근대적 사고에 대해 문제 제기했던 포스트 모더니즘이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와 그의 자손들이 계속하여 살아갈 이 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그의 전공인 예술 미학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생태학'이라 하면 그저 환경론과 운동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Eco라는 어원이 탄생한 '오이코스'라는 단어는 이 책에도 나오지만 환경과 경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적 관점을 생각해 보면 환경과 배치되는 '개발'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어찌 이 개념이 한 몸에서 나왔을지를 고민해 본다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선을 긋는 방식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한다는 내재적인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고
그러한 관점으로 예술을 바라본다면
그 예술 작품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으로서의 내가 합일점을 찾을 수 있을 때
그 예술을 이해하거나 감동받을 수 있고
그렇게 그 역할을 다하는 예술이 있음으로써 이 세상이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라 나는 이 책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