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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읽으면서 다소 먹먹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마치 사형제 찬반 논쟁과 같이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범죄 문제.
과연 아직 완전히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나이에 큰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그 범죄의 책임을 물을 것인가, 아니면 갱생의 기회를 주어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인가.
피해자와 그 관계인에게 대한 아픔은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가.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그 근거는 정당성과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가.
작가는 피해자의 아픔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이 질문을 독자에게 계속 던진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계속하여 되뇌이게 하는 이 글을 읽는 것은 때로 괴롭고 귀찮기까지 하다.
마치 영화 <데드맨 워킹>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계속 던지되,
극중 잔혹한 살인자인 숀 펜이 정말 나쁜 놈임을 계속 강조하여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고
질문의 극단까지 계속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순간의 실수 또는 잘못으로 길게는 수십년 동안 계속되어야 할 인생을 망치도록 하는 것도 가혹하고,
그렇다 하여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그 아픔을 강요하는 것도 너무나 가혹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불가능하다.
이 머리 아픔에 몇번이나 책을 놓아야 했다.
그렇지만 계속하여 바로 책을 잡게 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이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에 연관이 된 새로운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들을 따라가다가 밝혀지는 과거의 또 다른 사건들과 인물들의 과거.
이 미스테리들의 결말이 너무도 궁금하여 연속되는 질문들에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면서
계속하여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힘있는 이야기를 이 작가는 데뷔작으로 써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혔을 때 크게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문득 우리 나라의 청소년 형사 제도는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나와 내 가족 또는 지인들이 이러한 문제의 당사자가 되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고 내버려둘 만한 사항은 아닌 듯 하기에
이 책을 계기로 조금은 관심을 더 갖고 기회가 되면 뭔가 행동도 해야 할 것 같다.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 그것이 사회파 미스테리라는 장르가 가진 장점이며,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는 저자의 의도가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수작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