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이사 때문에 책이 거의 없었던 어렸을 적 우리 집. 한두 질 있었던 어린이 명작 동화 전집을 수백번 씩 읽고 달달 외워버린 끝에 마루의 장식 책장으로 진출했었다. 더이상 읽을 책이 없었기에.. 예전에 집집 마다 돌아다니며 화려한 화술로 순진한 아줌마들을 꼬셔서 정체모를 책들을 팔곤 했던 월부 책장사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책장에 있었던 몇 질의 책 중에 뒤마 선집이 있었다. 그나마 알뜰했던 어머니가 가장 싼 걸로 사셨었는지 5권 짜리 였었던.. 세로 쓰기여서 읽기 힘들었었지만, 정신없이 읽었던 그 뒤마 선집은 두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삼총사>와 <20년 후> 였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보는 텍스트이고 대부분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삼총사와 달타냥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아동용 축약본이나 TV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로 접할 뿐 실제 완본 텍스트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나 역시 꽁스땅스가 보나시외의 딸로 나오고, 밀레디는 그저 악한 여자로만 등장하는 애니와 책으로만 접했던 터라, 성인용 연재물로 창작된 이 작품의 원래 텍스트를 읽으니 비록 초등학생이었지만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작품에 비해 몇몇 작품만 소개되고 그 마저도 완역이 거의 없는 뒤마인데 기념해를 맞아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완역되었기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다시 읽었다. 역사를 알고 읽으면 라 로셀 포위전과 앙리 4세의 칙령 이후 신구 교도의 마찰이 심해지며 에스파냐, 영국과 프랑스의 갈등이 심해지던 이 시기에 천재적 정치가였던 리슐리외, 루이 13세와 안느 왕비 등이 주가 되는 당시 프랑스 역사를 뒤마가 팩션으로 뒤섞어 재구성해 낸 이 책의 재미가 배가된다. 과연 지금 읽어도 너무도 재미있고, 100년이 넘는 동안 전세계 독자들이 계속 읽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후 속편 격인 <20년 후>는 말 그대로 20년 후의 시대로 밀레디의 아들과 삼총사 및 달타냥의 대결이 파리 혁명과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 더욱 재미있었는데.. 아쉽게도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삼총사의 활약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완역으로 읽어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