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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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보르헤스에 가려 묻혀 있다가 그의 사후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 작가인 지라..

나 역시 보르헤스를 읽다가 그의 존재를 발견했었다.

국내에도 출간된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드디어 그의 단독 작품을 읽게 되었다.

 

남미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모험 소설에 대한 보르헤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책의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 그 성격과 내용이 파악이 되지 않는다.

도망쳐서 한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려 하는 주인공 앞에 어느 날 나타난 한 무리의 남녀들.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혼자 만의 독백과 생각을 노트에 적어나가는 수기 형태의 이 책은

주인공의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와 짝사랑, 두려움 등이 혼재된 문체와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수수께끼같은 느낌들이 뒤영켜

말 그대로 환상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다.

 

왜 책의 제목이 <모렐의 발명>이었는지는 책의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그 과정 까지의 전개를 생각한다면 작가가 계속 써 왔던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하여 그 과정을 따라가게 되기도 하지만

정작 작품 전체로 보면 짧은 분량의 후반부에서

수수께끼가 풀린 이후에

관조적인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간다는 것 자체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자체에 대한 세계관에 대하여

이야기가 커지게 되고 보다 사변적인 소설로 성격이 변한다.

 

어찌 보면 장자의 나비 이야기도 연상시키면서

정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를 모호하게 만들면서도

그것을 현실의 과학과 연결되어 있는 '발명품'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창조해 버린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며,

주인공은 그 과학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시 삶과 역사에 인간이 개입할 수 없음을 한계 짓는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역시 남미 소설답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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