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곡을 정극으로 본 적은 역시 없지만, 몇년 전에 이 극을 한국식으로 번안하여 (예를 들어 요정을 도깨비로, 귀족을 양반으로 등등) 잘 풀어냈던 연극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극이 <한 여름 밤의 꿈>을 번안한 극인지도 모르고, 다만 어디서 좀 들어본 스토리 같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으나 재미있는 줄거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춤을 아주 즐기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즐거운 기억을 가진 채 원극본을 읽어본다. 극의 메인 줄거리는 역시 '사랑'을 토대로 하여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매우 익숙한 포맷이다. 네 명의 청춘 남녀가 물고 물리는 사각 관계를 이루고 있을 때 자신들의 사랑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요정의 왕과 왕비가 나타나고 그들의 짖궂은 시종의 실수로 인하여 네 주인공들의 사랑은 엎지락 뒤치락하게 된다. 또한 테세우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극중극 형식의 또 다른 극 역시 눈여겨 읽을 만 하다. 동시대에 쓰여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의 플롯을 상당히 가져다 쓰고 있으므로 비교하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도 요정같은 신적 존재에 의해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왔다갔다 하며 그러한 감정으로 인생을 거는 것이 인간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수많은 인간의 감정 중에 그렇게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사랑의 힘이다. 결국 그 감정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고 컨트롤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신적 존재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자유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이 아닐까. 한날 한시에 맺어진 이 극 속의 세 커플은 그러한 숙제를 안고서 그 밤을 보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