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줄거리를 알고 있으며,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하는 사랑가 한 토막은 들어본 듯 할 터. 무릇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춘향전일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용으로 축약된 전래 동화 형식이 아닌, 실제 텍스트로 춘향전을 접해본 사람은 참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드디어 이번에 이르서어야 민음사판으로 춘향전을 읽을 수 있었다. 두 가지 판본으로 새로 읽어본 춘향전은 우리 고전이 으레 그러하듯이 찰진 우리 말과 한시에서 빌어온 운 맞춤, 해학이 넘치는 고사 인용과 풍자 등이 잘 어우러져 읽는 맛이 났다. 또한 누누히 들어왔듯 16세 어린 것들이 벌이는 질펀한 성적 묘사가 또한 일품이고, 익히 알고 있었으나 간단하면서도 줄줄 흘러가는 줄거리 속에서 단편적이면서도 뚜렷한 성정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형식 또한 가히 촌스럽지 않다. 최근에도 주변인물인 방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등장하는 것처럼, 고전이 보통 그렇듯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텍스트인 것이다. 구전과 필사를 거치며 그때마다 이름모를 조상의 손에서 조금씩 재창조되어 그때그때의 가치관과 생각이 들어간 엄청나게 많은 이본들은 하나하나 소중한 유산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두 개의 판본은 각각 다른 묘사와 필치와 배경으로, 차이가 있어 비교하며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나기에 좋고 현란하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수려한 수묵 채색 삽화가 곁들여져 독자를 생각한 훌륭한 기획, 편집이라 역시 민음 세계문학전집 100권째 답다는 생각이다. 즐거운 독서였다. 우리 고전 소설을 이렇게 쉽고 즐겁게 찾아볼 수 있는 기획이 좀더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