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격(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점이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일까? 전후 일본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흔들었던 데카당스 문학의 다자이 오사무. 최근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다시 내놓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 중 하나.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자, 마지막 작품인 "인간 실격"과 중기 작품인 "직소"를 만났다.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 부족함이 없는 가운데에서 생활하는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그러한 덕분에 물질적인 삶보다, 보다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면에 침착한다. 또래답지 않은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자신의 본 생각과 모습을 숨긴 채 항상 뭔가 억누르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잡아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헤메는데, 이러한 점이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 않나 싶다. 끝없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여인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자신을 비하하면서도 결국 여인들의 품으로 돌아가 거기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가족들에게서도 절연 당하면서도 자신의 생활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등의 이중적인 생각과 태도를 끝내 버리지 못하는 모습은 결국 정체성이 뭔지 답을 알아내지 못하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는, 어딘가 퇴폐적인 것을 동경하면서도 현실감을 떨어내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과 닮았다. 주인공의 극중 나이가 이러저러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서도 20대라는 것은 그의 사진 속의 얼굴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결국 이러한 방황이 그때가 절정이 아닌가 한다. 나 역시 20대 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술도 참 많이 마시면서 친구들과 밤을 지샜었다. 그 시간들이 지나왔음에도, 결국 다자이 오사무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지 않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음에도 그의 문학이 다만 치기어린 작품으로 읽히지 않는 것은 다만 20대에 대한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작중 인물의 모습은 시대와 세대와 관계없이 한번쯤 더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어떠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고 있는 듯 하다.